겨울산행 준비물

한라산 사라오름의 설경



◈ 프롤로그


지난달 '덕유산'에서 모 산악회의 회원들이 단체 산행 중 폭설과 시간 지체로 길을 잃어 인명 사고가 났었습니다. 관광 산행으로 잘 가지 않는 백두대간 능선인 '신풍령'에서 '송계사' 방향으로 진행했다고 합니다. 들머리 신풍령(빼재)에서 보통 3시간 정도면 산행 코스 중 최고봉인 '지봉'을 지나고 이후 송계사 하산까지는 3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라서 약 6시간 정도면 충분히 갈 만한 코스이기에 무리한 산행일정은 아니었다고 판단되네요. 그런데 문제는 당일 예상보다 많은 강설량으로 국립공원에서 당일 오전에 입산금지를 통보한 상태였으나 신풍령 들머리는 국립공원 관리초소가 없는 관계로 전달받지 못한 상황인 것 같고... 일반 산행팀이 잘 가지 않는 코스라서 러셀로 인한 시간 지체와 그런 조건에서의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을 것 같은 등산객들(사고의 결과를 보고 판단한 것입니다)의 체력 저하... 그리고 산행대장의 무리한 진행이 그런 참사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기사를 접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겨울 산행에서 꼭 필요한 등산용품인 '스패츠''헤드랜턴'을 준비하지 않은 회원이 대부분이라서 그런 상황에서 대처할 능력이 없어 오도 가도 못하고 구조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아이젠'은 기본적으로 준비했겠지만 스패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발목 높이 이상 눈이 쌓여있는 설산을 걸어 다녔으니 등산화는 물론이고 양말까지 다 젖고... 이내 어두워진 상황에서 등산로를 찾지 못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로 인한 체온 저하로 손과 발에 동상 걸린 환자가 발생했고... 결국 저체온증에 걸려 사망하는 사고까지... 누구의 탓을 하기 전에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기상 상황이 안 좋은 그런 상태에서 구조 요청을 한다 해도 구조 헬기가 쉽게 접근할 수 없고 구조 대원이 직접 올라가서 구조를 해야 하는데 구조를 기다리는 시간이 3~4시간 걸린다면... 영하 10도~20도에 가까운 추운 상황에서 보온에 대비한 준비도 없이 갔을 등산객들이... 그 정도에서 더 이상의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건 정말 다행입니다.   


본 게시글 이후로 한파가 몰아친 지난주 '설악산'에서 또다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네요. 60대의 어르신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셨다고 합니다. '중청 대피소' 근처였다고 하는데... 국공직원에게 연락을 했다거나 구조대와 연락이 닿았다면 응급조치라도 했을 텐데...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등산복이 아닌 일반 복장의 옷을 입고 계셨다고 하니 아마도 겨울에 고산(高山)을 자주 가셨던 분은 아닌가 봅니다. 물론 연세가 있으셔서 지병으로 갑자기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겠구요. 체감 온도가 영하 30도~40도에 근접한 설악산의 추위는 경험해보지 못하신 분들은 그 느낌을 잘 알지 못하실 겁니다. 겨울 산행에 대비해서 고기능성의 등산복을 입고 가도 실시간으로 날씨가 급변하는 산에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가 힘든 곳인데... 아무리 체력에 자신이 있어도 장시간 오래 걸어야 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고산지대에서의 추위에서는 체력이 급격히 하락한다는 것을 느끼고 인지하지 못한다면 이런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분도 그런 상황이 올 거라고 생각은 못하셨겠지요...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다시 '설악산' '황철봉' 근처에서 모 대학 산악부 학생 몇 명이 고립돼서 구조 요청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아마 비박 산행으로 가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마등령~황철봉~미시령' 구간은 비법정 탐방로라서 백두대간 산행을 하지 않는 이상 한 겨울에는 잘 가지 않는 지역입니다. 겨울철에는 등로가 좋지 않아서 위험하기도 하고 길 찾기도 힘든 곳입니다. 이틀간 일어난 두 번의 사고에서 차이점은 인명피해의 유무겠죠. 생각해보면 산악부 학생들이 무사히 구조가 된 것은 구조 헬기가 신속히 도착했던 것도 있지만... 일단 연령이나 산행 경험을 떠나서 '등산 용품'의 준비성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오히려 구간으로 따지면 더 험한 곳인데 그들은 비박 산행으로 갔으니 그에 대한 준비(보온용품... 식량 등)가 갖추어져 있었고... 보온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했을 테니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을테구요.


겨울산행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산행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준비해도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지면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철저한 준비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나 동승자에게 안전벨트를 착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그 충격을 줄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난 차도 좋고 운전도 잘하고 평생 운전하면서 사고 한번 안 났으니 난 괜찮아' 라고 생각을 한다면 장문의 이 글을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그 '만약의 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 산악회의 과거와 현재 ◈


'히말라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빵빵한 '우모복'... 몇 년 전 '등골 브레이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국내에서 유행한 '구스 다운'이 있습니다. 외국의 유명한 아웃도어 회사에서 국내 겨울의류 시장을 장악한 제품입니다. 이전에 국내에서는 겨울용 의류로 대부분 '무스탕' '모피' '모직코트' '솜잠바' '오리털 파카' '울'로 된 옷을 많이 입었지만 지금은 비싼 '구스 다운'과 '덕다운'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후로 캐나다구스...몽클레어...노비스등...프리미엄 급 타운용 다운 제품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6년 전 제가 처음으로 산을 접 하게 된 이유도 모 방송국의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겨울 '설악산'을 탐방하는 모습을 본 후였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 당시에 이승기 씨가 '코오롱' 모델이었는데 그때 입었던 구스다운이 완판 되면서 굴지에 아웃도어 시장이 기하학적으로 커지는 일이 생겼죠. 아마 산악회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시점이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방송의 여파로 산을 찾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혼자 다니기에는 어렵고 위험하고 힘이 들고 하다 보니 산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많고 이동성이 편리한 산악회를 찾게 되고... 그로 인해 회원 가입수가 많아지고... 산악회도 많아진 거겠죠. 인기 있던 방송 매체와 패션 트렌드가 산악회의 활성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산을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지식 없이 산악회의 문을 두드렸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산을 멀리하게 됩니다. 이 본문과 상관없는 내용은 접어 두고 가장 안타까운 일은 산을 쉽게 봤다가 고생하고 이후로는 고통과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거죠. 그저 누가 풍광이 멋있다고 하면 '설악산'이든 '지리산'이든 쉽게 갈 줄 알았다가 대책 없는 준비에 고생만 하고 내려와서 그 기억이 고통으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함께한 산행대장의 객관적이지 못한 산행 난이도와 대책 없는 리딩과... 준비 미흡으로 더불어 고생길이 되어버리고 그저 누구나 갈 수 있다는 말로 데려갔다가 이제 막 산에 다가간 회원들을 오히려  산을 멀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험하고 높은 '덕유산' '지리산' '설악산'... 등 유명한 산을 갔다가 힘이 들어 주위의 풍경은 못 보고 고개 숙인 채 자신의 새 등산화만 쳐다보며 걷고... 내려올 때는 흙먼지가 된 자신의 등산화만 쳐다보고 오는 상황들... 이런 모든 상황이 산행대장의 책임은 아니지만 그런 준비성을 갖추지 않은 회원들을 무리하게 이끌고 다닌다는 건 아쉬운 일입니다.


예전에는 산에 다니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선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산악회는 엄청 큰 규모의 단체였습니다. 주로 대학 산악부의 활동이 대부분이었고 그러다 보니 지금처럼 친목만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걸로 압니다. 선후배의 규율이 확실하고 '산행 대장'의 자격과 조건은 까다로워서 아무나 할 수 없었고 그런 대장을 대하는 후배(초보자)들은 그들의 지시에 복종해야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시대는 변화되기 시작했고 그런 모습들을 강조하는 곳은 암벽을 위주로 하는 산악회 모임 말고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직업... 연령을 떠나 동호회로서의 활동이다 보니 어느 정도 자유가 보장되는 지금의 모습이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죠. 저도 그런 딱딱한 분위기였다면 지금처럼 산에 빠져들지 않았을테구요. 처음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 친목을 유지하면서 서로 부담 없이 산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함께 다닐 수 있는 지금의 산악회 분위기가 더 좋습니다. 누구에게 의지한 산행이 아닌 각자 자신이 할 일을 하면서 서로 협력하며 산을 다니고 즐길 수 있는 산악회. 그래서 지금은 '산행 대장'이라는 표현보다 '번개장' 혹은 '산행 리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야 산행을 준비하는 리더도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산우들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 모든 산악회의 회칙에 "산행 중 사고로 인한 책임은 각자에게 있다"고 공지한 것은 그런 이유이기도 합니다. 각자 개인이 최소한 알고 있어야 할 상식들과 겨울철 산행에 대한 준비... 내가 가야 하는 산에 대한 정보들... 이런 것들이 모두가 편하게 어울릴 수 있고 즐거운 산행이 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혼자 산을 다닐 때는 잘 몰랐지만 산악회 가입 후 저도 많이 겪었던 것 같습니다. 한번 가봤다고 아는척하며 공지해서 가고. 내가 가보고 싶어서 나도 가보지 못한 산에 가면서 여러 명을 이끌고 가서 미흡한 준비로... 혹은 다들 내 체력만큼은 될 거라는 생각에 함께한 산우들한테 고생만 시킨 적도 있네요. 그래서 그런 고생들을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꼭 산악회가 아니더라도 혼자 가고 싶은 산에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 혹은 누구에게나 닥칠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산행 준비물'... 그것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산을 가는 이유는 각자 다릅니다. 하지만 산을 가려는 기본적인 이유는 산에 올라가서 볼 수 있는 풍경들과 내가 만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동경이겠죠. 그런 모습들을 여유 있게 즐기면서 보려면 그에 대한 마음가짐과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계절에도 그렇지만 더 조심해야 할 겨울 산행에 몇 가지 도움을 드리고자 제 경험과 제가 선배들에게 받은 정보와 지식을 적어보자 합니다. 요즘 침체기에 빠져있는 산악회들... 큰 규모의 친목 산악회도 폐쇄되고 이곳저곳 중복 가입되어 있는 회원들을 보면 실제로 활동하는 회원들은 얼마 되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국내의 유명한 산들을 대부분 다 갔다 오면 이제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갈 수 없는 곳 들을 찾아 나서다 보니 친목 산악회와는 조금 다른 자유로운 진행 방식의 안내 산악회를 찾게 됩니다. 그런 안내 산악회 조차 요즘은 침체기로 인해 주말 성수기가 아니면 버스 한 대 채우기도 힘들다고 하네요. 이제 영화 '히말라야'의 흥행으로 인해 다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다시 산을 찾는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함께 오랫동안 산행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 그리고 조금이나마 먼저 산에 친숙해진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걸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제 개인적인 경험과 경험자들의 조언들과 등산 용품에 대한 리뷰 자료를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작성한 글입니다. 등산 용품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있을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고... 근교의 당일 산행보다는 원정 산행의 범주에 포함되는 '비박 산행'과 '장거리 산행'에 초점을 맞춰서 작성을 했습니다. 주위에 그런 경험이 많은 산우가 있다면 더 자세한 조언을 받기를 권합니다.


본 게시글은 제가 주로 활동하는 산악회에서 신입회원 및 겨울 원정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회원님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작성했던 글입니다. 산악회 활동을 베이스로 한 글이니 일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내용(정보)과는 시선의 차이가 있음을 인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등산 용품인 '등산화' '배낭'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원문 작성일 : 2015년 12월)



◈ 덕유산 주능선의 설경 ◈




◈ 겨울 산행에 필요한 준비물 ◈


프롤로그에 적었다시피 '겨울 산행'은 많은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안전에 대한 용품(아이젠... 스패츠... 보온용품... 헤드랜턴... 등)이 필요할 것이고... 환경적인 요건으로 다른 계절보다 산행시간이 길어지게 되니 그에 따른 식량도 더 여유 있게 준비를 해야겠지요. 그리고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용품(보조 자일... 취사도구... 등)도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본 내용은 겨울 산행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용품들을 적은 것이며... 개인적인 산행이 아닌 단체 산행일 경우에는 분배해서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합니다. 저는 겨울철에 필요한 등산 용품의 종류가 이런 것들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그런 의미로 글을 작성한 것입니다. 일반 블로그의 리뷰처럼 어떤 브랜드의 제품에 대한 소개글이 아니고 산에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제품을 구입할 때 고려할 점을 알아보고... 활용도에 대한 부분에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여러 종류의 브랜드 중에 어떤 제품을 추천한다고 해서 그 용품(의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추천만으로 구입한다면 의미 없는 일 일지도 모릅니다. 그저 내가 보기에 이쁜 옷이 제일 좋은 옷이며 기능상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된 겁니다. 그리고 나의 산행 스타일에 맞춰서 구입하는 용품이 제일 좋은 것입니다. 사진의 대부분이 제가 사용하고 있는 등산 용품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시중에는 더 좋은 제품들도 많습니다. 용품(의류)마다 호불호가 있고 그 용품들을 제가 다 사용해본 것도 아닙니다. 단지 용품 구입 시에 최소한 원단의 소재와 기능은 알고 구입하시고 그 활용도를 알고 계시라는 의미이니 이후로 궁금하신 건 각종 블로그에 리뷰를 찾아보시고 구입하시길 바랍니다.



◈ 보온의류(구스다운.덕다운.합성의류... 등) ◈




산에서 보온 쟈켓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은 '우모복'이라 부르는 '구스다운''덕다운'입니다. 우리가 우모복을 구입할 때 가장 많이 보고 듣는 얘기가 '필파워(Fill Power)'와 '원산지'(헝가리산... 유러피안... 등)입니다. '필파워'란 우모복에 충전되어 있는 거위(오리)의 '솜털'(보온 역할)과 '깃털'(공기층 형성)의 충전 비율로 인한 '압축력''복원력'을 말합니다. 장기간 원정 산행에서 배낭의 무게와 부피는 중요합니다. 그리고 고산지대에서 효과적인 신체 보온을 위해서는 패킹이 작고 가볍고 보온력이 큰 보온 의류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개발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제품들은 '북유럽' '캐나다' 등... 춥고 고산지대가 많은 국가에 많고 아웃도어 회사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모복 제품 소개할 때 보시면 '700필' '800필' 이런 문구 보셨을 테고 '솜털90' '깃털10' 이런 문구 보셨을 겁니다. 이것이 필파워의 기준입니다. 솜털의 충전 비율이 많아야 보온력과 복원력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100% 솜털로만 이뤄진다면 옷 내에서 공기층의 기둥 역할을 하는 깃털이 부족해 털 뭉침과 쏠림 현상이 발생해 보온의 기능이 저하됩니다. 그래서 보통 '90(솜털):10(깃털)'이나 '95:5' 정도면 최상급의 구성입니다.


(사실 필파워라는 명칭은 구스 제품으로 유명한 '몽벨'에서 자신들의 연구 기준으로 만들어서 공용화시킨 것이라 세계적으로 큰 기준으로 사용하지는 않는 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명한 우모 제품들은 솜털의 비율과 우모 충전량... 그리고 중요한 원산지를 강조해서 판매합니다)


'압축력'이 좋아야 부피가 줄어들고 배낭에 작게 패킹하기가 쉽고... '복원력'이 좋아야 '압축쌕'에서 다시 꺼냈을 때  금방 부풀어 체내에 남아있던 열을 이용해서 따뜻한 공기층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또한 중요한 것이 거위(오리)털 '다운볼(솜털)'의 크기와 '원산지'입니다. 추운 지방에 사는 거위털이 당연히 보온력이 더 좋겠죠. 추위에 적응되어있는 동물들이니까요. 그래서 원산지가 어디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거위가 몇 년산(?) 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통 '시베리아산' '헝가리산'이 고품질에 속하며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프랑스산'은 더 비싸서 고가의 의류에만 적용해서 주문 생산식으로만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외피(겉감)'의 '원단 소재'입니다. 현재 가장 인정받고 좋게 평가되는 원단은 '방풍'기능이 좋고 얇고 가볍고 '투습력'이 좋고 '발수''방수'기능이 있는 '퍼텍스(엔듀런스... 쉴드...등)' 시리즈와 '윈드 스토퍼'등이 있습니다.


(퍼텍스 원단은 어느 정도의 방수 기능이 있을 뿐 장시간 습기에 노출되면 기능이 떨어집니다. 또한 원단 자체에 수분이 침투하는 것이 아니라 바느질(봉제선) 사이로 수분이 스며들기 때문에 비에는 취약합니다. 하지만 겨울에는 대부분 비가 아니라 눈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털어주기만 한다면 실제로 장시간 눈을 맞아도 쉽게 젖지 않습니다)


위의 내용대로라면 산행 중 우모복 하나면 '보온'과 '방풍' '방수'가 다 해결될 것 같지만... 그건 아닙니다. 우모복의 사용은 산행을 할 때가 아니고... 산행 중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할 때 착용하는 용도입니다. 구스(거위털)와 덕(오리털)은 습기에 취약합니다. 그리고 습기를 빨아들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우모복을 입고 산행하다가 산행 중에 땀을 흘리게 되면 우모복에서 흡수한 습기(땀)의 양만큼 모두 외부로 배출해야 하는데 그 많은 습기를 대부분 다운볼이 흡수를 해버립니다. 그래서 밖(겉감)으로 배출하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런 식으로 산행 중에 몸에서 배출되는 땀을 다운이 대부분 흡수해버려 다운볼이 다 젖고 그로 인해 보온력이 10% 이하로 떨어집니다. 그러면 입으나마나 한 효과란 얘기죠.


(요즘은 솜 털에 발수 코팅을 해서 젖기 전에 배출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지만 큰 효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산행 중에는 체내의 열로 인해 잘 못 느끼지만 휴식을 취할 때는 오히려 그 습기(땀)에 젖어있는 보온 쟈켓을 입고 추위에 더 떨게 되는 상황이 많습니다. 그래서 알파인용 우모복을 구입하게 되면 작은 파우치(압축쌕)가 들어있습니다. 그 용도가 바로 우모복을 파우치에 담아 배낭에서 꺼내기 쉽고 젖지 않는 곳에 패킹을 하고 다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다가 '산행 중 잠시 쉴 때나 식사시간에 착용'을 해야 합니다. 그 용도를 모르고 사용한다면 무용지물입니다. 그리고 우모복은 발열 제품이 아닙니다. 즉 몸이 이미 차가워진 상태에서 입으면 단 시간에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우모복의 역할은 체내의 열을 이용해서 따뜻한 공기층을 형성하고 열기를 외부로 유출을 차단하는 기능이고 겉감(외피)의 기능에 따라서 외부의 찬 공기를 막는 용도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그러니 산행 중 장시간 쉬려 할 때는 체내에 습기(땀)가 많을 때는 잠시 쉬면서 체내의 수증기를 바람에 날리고 바로 착용하시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히말라야나 산악 영상물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고산에서는 대부분 미쉐린 타이어의 모델처럼 빵빵한 헤비급(대장급) 우모복을 착용합니다. 그 이유는 국내의 산과 달리 고산에서는 기온이 낮고... 또한 호흡이 원활하지 않아서 산행 속도가 느리다 보니 활동량이 적고... 그로 인한 열량 소모가 적다 보니 체온을 유지하는 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모복을 착용하고 산행을 합니다)


이런 이유로 고산지대 원정용으로 개발된 제품들이 우리나라가 러시아나 북유럽... 캐나다처럼 추운 지방도 아닌데 국내에서 타운용으로 많이 착용하게 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보온력으로 따지면 천연 소재 중에는 가장 가볍고 좋은 제품이라 많이 사용되지 않나 합니다. 물론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의 특성이기도 하겠지요. 우리나라는 국토의 70% 정도가 산으로 되어있어서 산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벌 정도는 집에 가지고 계실 텐데 문제는 얼마 전 방송에서도 보셨듯이 좋은 거위털을 생산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거위의 털을 뽑고 모피와 같이 동물 학대의 주범이 돼버린 잔인한 그런 인간의 모습들과 비싸고 습기에 약하고 보관하기가 어려운 다운 쟈켓의 취약점을 개선해 나온 제품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리마로프트(PrimaLoft)''G-LOFT''합성 소재'들입니다. 두 소재 모두 군용으로 개발된 첨단 소재입니다. 군(軍)용으로 개발되었다는 것은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도 신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을 하기 때문에 그 기능만큼은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소재들은 습기에 강해서 구스의 '다운볼'보다 잘 젖지 않으며 장시간 노출된 상태에서 습기에 젖어도 보온력이 7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세탁도 더 쉽고 관리도 훨씬 편합니다.


(우모복은 습기에 계속 노출되어 있을 경우 곰팡이도 생기고 냄새가 납니다. 그리고 오래 입으면 우모의 복원력도 떨어져서 기능이 저하됩니다. 그래서 사용 후에는 항상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며칠간 걸어놔야 하고  압축을 한 상태로 보관을 해서는 안되며 항상 손빨래로 세탁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모(털)의 보온 원리 중 하나가 털의 외부에 묻어있는 '유분'입니다. 그래서 기름을 빼내는 원리의 드라이 세탁은 우모의 기능을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보온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단점이라면 압축력이 구스보다 떨어지기에 부피가 크고 조금 무겁다는 정도입니다. 그러니 굳이 장기간 산에서 있을 경우가 아니거나 무게에 민감하게(장시간 비박산행) 산을 가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온 쟈켓으로 꼭 구스다운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 면에서 본다면 구스다운보다는 훨씬 더 좋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거위털(구스다운) 보다 저렴한 오리털(덕다운) 제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부피나 보온력에서는 조금 떨어지지만 국내 산에서는 혹한기가 아닌 이상 활용도를 잘 체크해서 착용한다면 제 경험상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합성소재도 요즘은 보온력이 같은 조건일 때 더 가벼워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더 비싸졌습니다. 합성소재를 사용해서 보온 쟈켓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아크테릭스' '블랙다이아몬드' '몬츄라' '카린시아' '피엘라벤'... 등입니다. 천연 보온 용품인 우모의 대용으로 아웃도어 회사들이 활발하게 연구 개발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필파워만 높다고... 구스의 질이 좋다고... 다 따뜻한 건 아니고 '우모복''충전량'을 꼭 체크하셔야 합니다. 산행에서 보온용으로 입을만한 용도로는 200~350g 사이는 돼야 합니다. 200g 미만의 경량 다운 쟈켓은 타운용이나 봄. 가을철에 입을 수 있는 정도의 보온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는 극동계 산행 중 이중으로 안에 입을만한 세컨 용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한겨울에 입을 만한 용도로는 필파워 700 이상과 충전량 300g에 근접한... 혹은 그 이상의 제품을 권장합니다.


그러니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필파워가 높을수록... 솜털의 비율이 높을수록... 겉감(외피)과 안감(내피)의 소재에 따라... 구스의 충전량이 많을수록... 거위의 품질이 좋을수록... 그리고 메이커의 기술력이 좋을수록...(발란드레... 랩... 페더드프렌즈... 웨스턴마운티니어링... 등) 가격이 비쌉니다.


사실 위에 열거한 대표적인 우모복 브랜드들은 고산지대(4.000미터 이상급)에서의 활동 기준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입니다. 고산지대에서는 습기가 적고 대부분 얼어있거나 건조한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고산지대(구름층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1.000~2.000미터급) 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품들도 다 습기에 노출되어 관리와 활용을 잘 못하면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러니 본인의 산행 스타일이나 경력... 산행지의 난이도 및 시간... 산행일의 날씨... 등을 고려해서 준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방풍쟈켓(고어텍스.윈드스토퍼.폴라텍... 등) ◈




제가 아웃도어 의류를 잘 몰랐을 때 산에 가려면 무조건 '고어텍스'를 입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백화점에 사러 갔을 때 여러 벌을 샀었습니다. 지금은 모두 장롱 한구석에 처박혀 있지요. 그 비싼 고어텍스를 백화점 신상으로...ㅎ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일이네요. 그리고 그 당시에는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해외의 고급 브랜드는 정식 수입 업체에서만 판매하고 있을 때라 정보가 거의 없었고 백화점에서는 일반인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노스페이스'나 국내의 '코오롱' 'K2' 등의 제품들만 있었습니다. 그때는 혼자 산에 다니던 시기라 등산복을 구입하는 방법이나 구매처를 잘 몰랐으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온라인 활동이 많은 요즘 시기에는 주로 인터넷몰이나 해외 직구싸이트... 혹은 공동구매 카페를 이용해서 알아보면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고어텍스의 종류도 많습니다. '2레이어' '3레이어'라는 단어들과... '팩라이트' '프로쉘' 'XCR'... 등... 이런 문구는 원단의 '내구성'... '투습력'... '방수압'... '방풍성'... 등을 얘기하는 겁니다. 즉... 어떤 용도(계절)로 입을 것이냐에 따라서 원단의 두께나 특성을 살려서 개발하는 것입니다. 보통 여름에 착용하는 '팩라이트쉘' 소재가 얇고 가볍습니다. 그래서 가격도 저렴합니다. 한 겨울에 대비해 원단의 내구성을 키우고 방풍 기능과 투습력... 방수 기능을 강화시킨 '프로쉘' 'XCR' 소재의 제품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산행 용도에 맞는 원단을 선택해서 구입하시면 될 듯합니다.


(보통 한 개 정도만 있어도 충분합니다만... 산에 4계절 자주 가시는 분 들은 봄*여름*가을에 입을 용도의 원단과 한 겨울에 입을 원단 두 개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방수의 기능보다는 방풍 기능과 투습력(내부 습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강화시킨 소재인 '윈드스토퍼'... 보온 기능을 추가한 '소프트쉘'... 방수 기능은 없지만 보온 기능과 투습력에 중점을 둔 '폴라텍' 시리즈... 등... 이후로도 많은 소재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위에 열거한 소재들은 원단의 명칭입니다. 이 원단을 각 제조사가 주문해서 자신들이 디자인하고 원하는 제품을 생산해서 판매합니다. 그리고 각 메이커별로 자체 원단을 개발해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노스페이스의 하이벤트... 콜롬비아의 옴니히트... 마무트 드라이텍... 등)


방풍 쟈켓 중에 한 개 정도는 필수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고어텍스' 쟈켓도 우모복과 마찬가지로 작은 파우치를 동봉해서 판매합니다. 산행 초반 오르막에서는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기온이 낮거나 심한 바람이 불지 않는 이상 착용하지 마시고 능선에 어느 정도 접어들었을 때 '눈(비)과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착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눈이 내릴 경우나 비가 내릴 경우 내부 옷이 젖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방수 기능으로 입는 것입니다. 아무리 투습력이 좋은 고어텍스라 해도 오르막 산행 중에 몸에서 흘리는 땀을 외부로 전부 배출하기는 힘듭니다. 그런 상태로 능선에 접어들어서 강한 바람과 기온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산행을 하면 고어텍스 내부에서 그 습기가 그대로 다 얼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면 멤브레인 원단의 투습력이 제 기능을 발휘 못해서 한 겨울에 비싼 우비를 입고 산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옷에 땀이 고여있으면 체온 저하의 가장 큰 이유가 됩니다. 산에서 저 체온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등산복의 기능을 제때 활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체내를 건조하게 하기 위해서 투습력이 있는 쟈켓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고어텍스는 큰 보온효과는 없습니다. 단지 방풍 기능으로 인해 체감 온도를 떨어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어텍스'의 주 기능은 '투습'과 '방풍'과 '방수'이기에 그 기능을 잘 활용하려면 용도에 맞게 제 때 입어줘야 합니다.


발수 기능은 외피 원단(겉감) 자체에 있는 기능과 제조사별로 그 외피 원단에 코팅을 입혀서 나오기 때문에 몇 번의 세탁을 하게 되면 발수력이 떨어집니다. 발수력이 떨어지면 장시간 습기에 노출될 시 겉감이 젖게 됩니다. 겉감과 내피의 사이에 고어텍스 멤브레인이 적용되어 있기에 내피까지 물기가 젖어들지는 않습니다만 겉감이 물기를 머금고 있으면 옷이 무거워질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물기를 머금은 상태로 계속 지속되면 안쪽에서 배출되는 습기(땀)가 밖으로 제대로 배출을 못해서 고어텍스 투습력의 기능이 저하됩니다. 그래서 1년에 한 번씩은 발수 코팅을 해주셔야 합니다.(시중에 고어텍스나 일반 의류용 발수제를 판매합니다) 그리고 발수력도 한계가 있기에 장시간 소나기(방수압 약 1.000~1.500)를 맞을 경우 겉감이 젖을 수도 있습니다.


고어텍스 의류의 대부분은 겉감(외피)의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장시간 배낭을 메도 옷에 손상이 잘 가지 않고 산행 중에 나뭇가지에 걸려도 잘 찢어지거나 헤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팩트는 고어텍스는 원료가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은 열에 약하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변형이 생기고 갈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 말은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저하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기능성 의류는 관리도 중요합니다. 비싼 돈 주고 산거 오래 입으려면 귀찮아도 주기적인 세탁과 보관... 관리를 잘 하셔야 합니다. (고어텍스의 세탁법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꼭 확인하시고 하세요) 그리고 배낭에 패킹 시에도 구겨지지 않도록 말아서 보관하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한동안 아웃도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피엘라벤 'G1000 원단'... 제2의 '몬츄라'라고 불리며... 산에 가면 젊은 사람들 대부분 이 옷을 입고 있는데... 저도 이 소재의 옷을 많이 입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여름에는 많이 덥기도 하고... 암릉이 많은 곳에서는 원단의 신축성이 떨어져서 불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확실히 소프트쉘 쟈켓이나 고어텍스 쟈켓보다는 기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발수와 방풍 기능은 괜찮은데 투습력은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트라우져(바지)들도 폴라텍 '파워 실드' 소재의 옷 들보다 착용감과 보온성이나 방풍 기능도 부족해 보입니다. 방수 기능은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해서 비상용으로 우비나 고어텍스 쟈켓은 꼭 들구 다녀야 합니다.



◈ 보온 장갑 ◈




장갑은 보통 이중으로 되어있는 걸 권합니다. '울'이나 '폴라텍' 소재의 얇은 이너(속)장갑을 착용하고 또 그 위에는 겉감(외부)으로 방수 기능과 방풍 기능이 있는 '고어텍스'나 '이벤트' 소재와 안감(내부)에는 보온 충전재가(구스... 프리마로프트... 등) 들어있는 가죽 장갑을 착용하는 게 보온에 더 효과적이며... 장갑 안으로 찬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게끔 손목까지 올라오는 장갑이면 더 좋습니다. 그리고 가끔 휴대폰을 작동해야 할 경우가 생기기에 이너장갑은 터치 효과가 되는 제품이면 더 좋겠죠. 그리고 겉장갑은 손가락보다는 벙어리장갑이 보온 효과가 좋습니다. 손과 발은 심장과 멀어서 한번 체온이 떨어지면 회복되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동상에 걸리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자주 외부로 노출시키지 말아야 하고 추운 날에는 이너와 벙어리장갑 사이에 손난로를 넣어놓으면 적어도 동상 걸릴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겉장갑 안에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하는 것도 임시방편으로는 좋습니다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손에서 나오는 땀으로 인해 차가울 수도 있으니 비상용으로만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손에 땀이 많이 나는 분들은 운행용으로 중간 두께의 장갑을 착용하시고 비상용으로 하나를 더 준비하시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암릉이 많거나 밧줄 구간이 많을 시에는 기동성이 좋은 손가락장갑이 좋습니다)



◈ 아이젠 ◈




겨울철 가장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필수 품목입니다. 신발처럼 전체적으로 신는 10~14발 정도의 '짚신형' 아이젠이 장시간 산행 시에도 발목이나 발바닥에 무리가 덜 가는 편입니다. 그리고 꼼꼼한 준비성을 가지신 분이라면 예전 초창기 사용하던 2발~4발짜리 아이젠도 여분으로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짚신식 아이젠은 자주 벗겨지기도 하고 또 고무로 되어있어서 가끔 끊어지는 일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비상용으로 활용하셔도 되고 겨울에는 암릉으로 이어진 산행 시에 눈과 암릉을 번갈아 걷기 때문에 릿지 할 때는 앞발을 이용해서 산행하고 눈길에서는 발 중간 부분의 아이젠을 이용해서 사용하면 암릉에서 아이젠 때문에 미끄러지는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걷는 요령만 생기면 암릉에서는 짚신식 아이젠보다는 더 안전합니다.



◈ 스패츠 ◈



겨울철 용도로 사용하는 스패츠는 대부분 원단이 방수는 됩니다만 투습력이 없는 제품들도 많습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개인의 취향대로 이쁜 걸로 구입하면 되지만 문제는 장시간 산행 시에는 투습력이 없을 경우 발에서 올라오는 수분(땀) 때문에 스패츠 내부에서 결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등산화 안으로 물기가 스며들게 되고 바지 밑단이 젖을 수도 있습니다. 또 그렇게 되면 양말과 신발이 젖어서 산행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단순히 외부의 이물질(눈) 유입을 막기 위해서라면 저렴한 스패츠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장거리 산행 시에는 고어텍스나 이벤트 소재의 스패츠를 준비하시는 게 더 효과적이고... 장거리 산행 시에는 중간에 한번 정도 벗어서 안에 고여있는 수분을 털어서 날려 보내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겨울용 바지는 바지 밑단이 등산화를 덮어야 합니다. 바지 밑단 폭이 좁아서 등산화 안으로 바지가 들어가게 되면 산행 시에 눈이 등산화 안으로 들어가서 등산화가 젖게 됩니다. 스패츠를 착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 헤드 랜턴 ◈




겨울 산행의 주목적은 눈에 덮인 하얀 능선을 바라보는 것과 이른 아침에 볼 수 있는 나뭇가지의 '상고대'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이른 새벽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물론 눈이 많이 내린 다음날이나 산행일에 눈이 내린다면 하루 종일 볼 수 있지만 그런 풍경보다는 맑은 하늘의 상고대가 훨씬 아름답기에... 그리고 눈이 안 왔더라도 기온이 계속 떨어져 있다던가 주변에 강이나 호수가 있고 습도가 많은 날 오전에는 산 능선 대부분 상고대가 펴있습니다. 하지만 해가 뜨고 날이 따뜻해지면 다 녹아내리기 때문에 그 확률을 높이고자 무박으로 많이 갑니다. 그래서 헤드랜런은 항상 소지할 테지만... 문제는 '배터리'입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일반 건전지를 사용하기에 그 배터리가 다 소모될 때까지 놔두고 있습니다. 배터리 잔량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기에 막상 산행하다가 초반에 배터리가 약해져서 사용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꼼꼼한 분들은 여분 배터리를 챙기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으시죠. 한분이 그렇게 되면 함께 산행하시는 분들도 신경을 써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배터리는 시중의 일반 건전지보다는 출력이 더 높아서 밝고 오래가는 충전식 건전지(에네루프)를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AAA 건전지'들은 '니켈-수소'이고 휴대폰이나 카메라 등의 배터리들은 '리튬이온'입니다. 이 종류의 제품들이 겨울에는 기온저하로 이온의 활성도가 낮아져서 실 사용만큼 못쓰고 방전돼버립니다. 휴대폰이나 카메라 대부분의 리튬 배터리들이 그렇습니다. 그러니 꼭 여분은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비싼 헤드랜턴 보다 좋은 배터리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당일 산행이라 해도 기상 상황이나 여러 이유로 하산이 늦어질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겨울철엔 해가 짧고 산속의 어둠은 빠르게 오고 하산길은 대부분 계곡이라 더 어둡습니다. 어두워진 밤 계곡 빙판에서 랜턴도 없이 하산한다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조급한 마음에 하산을 서두르다가 사고가 날 확률도 있구요. 그리고 비상용으로 작은 후레쉬를 여분으로 챙겨가는 것도 좋겠지요.



◈ 등산 스틱 ◈





인간의 몸은 체내의 온도 변화가 심할수록 면역력이 떨어지게 돼있습니다. 그래서 땀이 많은 아이들이 감기에 잘 걸리기도 합니다. 산행 중에는 더워서 땀을 흘리다가 쉴 때는 추위에 떨기도 하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면역 저하가 더 빨리 옵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체력도 금방 소진됩니다. 그리고 겨울철 산행 중 쌓인 눈이 많으면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듭니다. 그래서 스틱의 활용은 큰 도움이 됩니다. 오르막에서의 체력 손실 보호와 내리막 길에서의 미끄럼 방지... 그리고 눈 덮인 능선에서의  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 등로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니 꼭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스틱을 선택하실 때에는 스틱의 길이와 재질이 무엇인지 꼭 체크하셔야 합니다. 무겁지만 튼튼한 소재의 '알루미늄(듀랄루민)' 소재가 있고(비박 등... 배낭이 무거울 시에 필요하고 체중이 많이 나가시는 분) 탄성이 좋고 가볍지만 비싸고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카본' 소재가(트레킹 및 단거리 산행용) 있습니다.

 


◈ 행동식... 비상식 ◈




행동식은 산행 중 식사시간 사이에 체력 보충을 위해 중간중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말하고 비상식은 안전하게 하산 시까지는 먹어야 할 일이 없어야 할 음식을 말합니다. 즉 행동식과 비상식은 별개로 준비하셔야 합니다. 겨울철 행동식으로는 견과류와 건과일(말린 과일)이 적당한 수분 함량과 열량도 높고 부피도 작아서 좋습니다. 그리고 요즘 많이들 사용하시는 파워겔 같은 비타민 보충제도 좋습니다. 사과 한 개의 부피보다 작고 가벼우면서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기에 유용합니다. 그리고 비상식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해 산행이 길어졌다던가 산에서 고립이 되었을 경우 날이 샐 때까지 체온과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에 최악의 경우 고립되었을 때 가만히 있으면 체온 저하로 더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은 움직이면서 활동을 해야 체내의 열을 이용해 어느 정도 보온 유지를 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몸에 열량이 필요하기에 에너지원을 섭취해야 합니다. 그래서 비상식(라면.스프.전투식량 등)의 중요성은 꼭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성껏 준비해온 음식들과 먹거리는 자신의 배낭이 무거워서 남자 산우에게 맡기더라도 보온의류*행동식*비상식*식수는 꼭 자신의 배낭에 있어야 합니다.



◈ 구급약 ◈




정말 사용할 일이 없어야 할 준비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위급 상황에서 그 필요성은 누구나 다 아실 겁니다. 배낭이 아무리 무거워도 이것 만큼은 꼭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특히나 산행을 진행해야 할 리더라면 필수품입니다. 기본적으로 에어파스... 소독약... 탄력붕대... 드레싱(방수) 밴드... 소화제... 지혈제... 근육 소염진통제... 정도만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네요. 그리고 겨울철에는 부목을 따로 준비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비상시에는 단단한 나뭇가지를 활용하시면 됩니다.



◈ 취사 용품 ◈




일전에 백패킹 카페 질문란에 어떤 분이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50여 일간 홀로 백두대간을 종주하려고 하는데 화목난로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하더군요. (화목난로란... 원통같이 생긴 스틸로 된 가볍고 작은 휴대용 제품입니다. 이 안에 나뭇가지나 종이 등... 연료가 될만한 것을 넣고 불을 피울 수 있습니다. 주위로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원통으로 만든 제품입니다. 화목난로를 꼭 준비해야 할 품목이라는 말은 아니고 비상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용도의 제품이 있다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회원이 산에서 나뭇가지를 이용해 불을 피우는 건 안된다고 하면서 반대를 하더군요. 버너를 사용해서 취사하는 것도 금지하는 마당에 자칫하면 산 불이 날 수 있는 화목난로를 사용한다는 건 안될 일이죠. 그런데 저는 혹시라도 위급한 상황에서 맨땅에 나뭇가지를 태워 불을 피우는 것보다는 저런 식이라도 응급상황에서 자연을 조금이라도 보호하고자 언제 사용할지 모를 장비를 지참하고자 한다는 생각이 바람직해 보였습니다.


비박 용품(텐트.침낭... 등)을 지니고 백두대간을 약 50여 일간 산행을 한다는 건 먹거리와 체력 그리고 정신력과의 싸움입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건 식량입니다. 먹을 게 없으면 체력이고 정신력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대간길 중간중간 식당과 매점들이 있어서 계획된 일정대로 간다면 며칠에 한번 정도는 씻을 수도 있고 옷도 세탁할 수도 있고 따뜻한 방에서 발 뻗고 편히 잘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음 구간까지 식량과 기타 재료를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행의 준비물은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혼자 그런 장거리 계획을 세웠다면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제시간에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는 상황이 오고 체력 저하(불안과 조급함으로 인한 체력 저하는 그 대미지가 큽니다)로 인해 정신적 공황까지 온다면 그게 비상상황이죠. 더군다나 식량도 없고 체온을 보호하고 비상용으로 먹어야 할 음식도 없다면 아무리 한 여름이라 해도 산속에서의 긴 밤은 위험한 상황과 저체온증에 항상 노출되어 있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용품들을 (버너.연료) 활용할 방법이 없다면 화목난로 안에 작은 나뭇가지들을 이용해서 불이라도 피워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땅을 파서 그 안에서 해야 하고 주위에 불이 번지지 않을 그런 공간에서 해야 하겠죠. 자연도 중요하지만 그 상황에서의 자신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오히려 산속에서 나뭇가지를 태워 무드 잡는 답시고 술 마시면서 캠핑장 에서나 할 수 있는 그런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이 지탄을 받아야 할 일입니다. 어쩌면 그분은 이런 대답을 원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상황에서 불가피한 상황이 일어났을 경우 그런 부분에 대한 조언을 구했을 터인데 질문 자체로 몹쓸 사람이 되었으니 말이죠. 백두대간 산행의 난이도나 필요한 것들... 생존할 수 있는 최소의 장비들만 준비해야 완주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그런 어려운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요즘 변질되어 가는 산에서의 백패킹 문화에 빠져든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겨울철에는 따뜻한 음식이 필수입니다. 근교나 거리가 짧고 등산객들이 많고 산행시간이 적은 당일 산행은 보온통에 따뜻한 밥과 국물을 가져가면 되겠지만 장거리 산행과 무박 산행 시 특히나 혼자 겨울철 산행 시에는 '버너.코펠.연료'를 준비하면 좋습니다. 추울 때에는 따뜻한 물 한잔이 체내 온도를 높여서 저체온증을 예방할 수 있고... 몸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불(연료)은 응급 상황에서 꼭 필요한 장비입니다. 산행 중 고립되었더라도 물과 불만 있으면 쉽게 죽지는 않습니다. 단체 산행의 경우 몇 분만 준비해도 될 테고... 눈이 내리지 않아서 계속 건조한 날씨라면 주의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눈 쌓인 겨울철에는 주의만 잘 하면 위험도 거의 없습니다. 산에서의 불(취사)은 지정된 장소 외에는 불법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유도리 있게 안전하게 사용한다면 내 몸과 함께한 산우들을 보호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용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소수의 산행이라 해도 리더가 혹은 그 산행에 함께하는 산우라도 꼭 준비하길 바랍니다.



◈ 이너 웨어 ◈


예전에 운동을 할 때 이너웨어로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 제품을 많이 입었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중엔 가장 유명하고 좋은 제품입니다. 그래서 가격도 비쌉니다. 어차피 같은 기능(속건성... 보온)의 옷이라 등산할 때도 계속 입습니다. 최근 '브린제'와 '아클리마' 브랜드의 망사로 된 제품이 겨울철 등산 시에 효과적이라고 해서 구입해서 입어봤는데 큰 차이는 못 느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아주 추운 날씨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가격만 잘 알아보고 구입하시면 일반 시중에서 파는 중소기업 제품의 기모 안감 이너웨어보단 좋습니다. 우모복만큼 중요한 것이 '이너웨어'입니다. 아직도 겨울철에 면 소재의 속옷을 입고 등산하시는 분은 안 계시겠지만. 기능성 웨어는 한 벌 정도 구입해서 착용하시면 겨울철 저 체온증 예방에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하의는 활용도가 적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 상의만 구입해서 착용해도 될 듯합니다. 그리고 여름에 입어야 할 냉감 기능의 이너웨어를 겨울에도 입는 분들이 계신데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체온의 열기를 다 빼앗아 가기에 쉴 때는 열 손실이 더 빠릅니다. 그렇게 이너웨어 위에 폴라텍이나 이와 유사한 소재의 기모 안감의 기능성 티... 그리고 가디건 형식의 폴라텍 쟈켓을 입고 산행하시면 전체적으로 보온에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방풍 쟈켓을 입으면 될테구요... 더울 때는 바로 하나씩 벗으면 됩니다.  땀은 겨울철 산행에서 최고의 적입니다. 그리고 울 소재의 옷은 보온*속건성이 좋아서 겨울철 평상시에도 많이 입는 옷 중에 한 가지입니다. 하지만 산에서 잘 입지 않은 이유는 무게와 부피... 그리고 내구성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 모자 or 비니 ◈


겨울철 모자(비니)는 투습력과 보온성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비싸기도 합니다. 체내에서 열기가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곳이 머리이며 열 손실이 가장 큽니다. 오르막에서는 머리가 땀에 젖지 않도록 벗고 산행하는 게 좋으며 쉬고 있을 때나 능선에서는 체온 유지를 위해 모자를 쓰고 산행하는 게 좋습니다.


(면 소재는 피하시는 게 좋고... 보온성이 좋은 폴라텍이나 울 소재의 모자(비니)를 권장합니다)



◈ 양말 ◈


양말은 겨울뿐 아니라 모든 계절에 여분으로 준비하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나 장시간 산행 시에는 더 필요하구요. 어느 계절이든 장시간 산행을 하면 발에서 나온 땀으로 인해 양말이 젖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등산화가 고어텍스 소재이긴 하지만 투습력이 약하기 때문에 산행 중간에 양말을 갈아 신는 게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두 개의 양말을 착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너로는 얇은 발가락 양말이 큰 도움이 되고... 겉에는 두꺼운 울 소재의 양말을 신는 것이 발에서 나오는 땀 배출에 용이하고 보온에 탁월합니다. 장거리 산행 시는 이너 양말만 하나 더 준비해서 중간에 갈아 신으시면 될 테구요. 울 소재가 습건성이 뛰어나고 보온성이 좋습니다. 그러니 하나를 신더라도 '울(함유량 최소 70% 이상)' 소재의 양말을 권장합니다. 그러면 산에서 밥 먹을 때 발가락 시려서 고통스러운 일이 적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발가락 양말은 일반 양말보다 구조상 습건성이 좋습니다. 그래서 물집 예방이나 습기 배출이 빠릅니다)



◈ 바라클라바 or 버프 ◈


오르막 산행에서는 위 장비들로 인해 호흡이 불안정해지고 금세 젖어버리기 때문에 사용하지 마시고 바람 부는 능선에서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장시간 착용 시에는 입에서 나오는 수증기(입김) 때문에 얼어서 숨 쉬는 게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중간중간 쉴 때는 햇빛에 말려주시거나 털어주시는 게 좋습니다.


(속건성이 뛰어난 폴라텍이나 네오프렌 소재가 좋습니다)



◈ 핫팩 or 손난로 ◈


겨울철 산행에 '핫팩'(붙이는)과 '손난로'(흔들어 사용하는)는 이제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추위에 약한 여성분들은 꼭 필요한 제품입니다. 산행 중 잠시 쉴 때나 식사 시간에 열 손실을 최대한 적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핫팩(몸에 붙이는 제품)은 초반에 사용하는 것보다는 오르막이 끝날 때쯤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핫팩의 원리는 몸에서 나오는 열기를 흡수해서 발열을 하기 때문에 오르막에서 사용하다간 과열로 인해 화상의 염려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숙지하시고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손난로는 그 안의 성분이 활성탄과 철가루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래서 개봉을 한 후 흔들면 발열이 되는데 산소가 많을수록 발열이 커집니다. 활성탄과 철이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서 부식이 되면서 열을 발생시키는 원리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공기가 따뜻한 곳(주머니)에 보관을 하면 지속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그렇게 원리를 잘 알고 사용하셔야 불량인지 아닌지 판단이 됩니다.


(제조년월(1년 이내)과 원산지(일본 제품이 조금 더 좋습니다) 확인 후 구입하시는 걸 권장합니다)



◈ GPS or 외장배터리 ◈


요즘 산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지도보다 휴대폰입니다. 산행 경로나 방향... 주위의 산세를 보기 위해서는 휴대폰의 정보가 더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산행 대장이 기본적으로 지도는 가지고 다녔으며 독도법을 잘 알고 나침반을 활용해서 다녔지만 지금은 그런 능력 있는 대장들이 많지도 않고 등산로에 이정표 시설이나 등로가 좋아져서 휴대폰 GPS 하나로 다 해결이 되기에 작동법만 금방 숙지하고 익숙해지면 산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이 더 쉬워진 것도 사실입니다. 산행 중 등로 확보나 거리... 정보도 필요하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요즘 많이들 사용하시는 '트랭글'이나 '산길샘'... '오룩스'... 등 (일부 프로그램은 응급 구조요청 기능도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산행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활용법을 숙지하셔서 사용해보시길 권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의 사용량이 많아지고 활용을 하기 위해서는 배터리가 필요할 테고 그래서 이제는 '외장 배터리'가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휴대폰 없이 산행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단체 산행이라 해도 휴대폰은 꼭 소지하시길 바라고 배터리 절약을 위해서 전원을 꺼놓거나 비행기 모드로 설정을 하더라도 중간중간 해제하면서 체크하는 것도 좋습니다. 최소 5000mAh 이상의 배터리를 권장하며 겨울철에는 손난로 기능이 있는 제품들도 있으니 용량이나 활용도를 체크해서 구입하시길 바랍니다.


(GPS는 위성을 이용해서 수신하고 휴대폰은 통신사 기지국 안테나로 수신을 합니다. 휴대폰이 안 터지는 지역이라도 GPS는 대부분 작동합니다)



◈ 그 외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 ◈




쌓인 눈(雪)으로부터 시력을 보호할 수 있는 '선글라스'나 눈보라가 칠 경우에 대비해 '고글'을 준비하셔도 되고. 따뜻한 차나 음료를 중간중간 마실수 있게 '보온병'을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비상 시에 불을 붙일 수 있는 '화이어 스틱'도 있습니다.



◈ 에필로그 ◈


옛 선조들은 등산화가 아닌 짚신 하나 신고 배낭이 아닌 등짐에 이것저것을 싫고 지리산 장터목을 올랐을 것이며 스틱이 아닌 나뭇가지 하나로 산에 올랐을 것이고 기능성 소재가 아닌 그냥 천으로 된 의복을 입고 산에 올랐을 것입니다. 또한 70~80년대에 산을 다니던 선배들은 세석과 장터목에서 자기 위해 가벼운 알파인 텐트가 아닌 일반 캠핑용 텐트를 짊어지고 올랐을 것이고 R밸류가 몇 인 지도 모를 매트리스와 필파워도 모르는 침낭 하나로 추운 겨울밤을 지냈을 것이며 비브람창이 아닌 운동화를 신고도 그 높은 곳에 올랐을 것입니다. 그것이 추억이고 그들에겐 멋진 경험담이자 무용담이죠. 그래서 요즘 산을 다니는 사람들을 멋을 부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분들도 그 당시에는 짚신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테고 운동화가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분들도 그에 비하면 첨단으로 여겨지는 지금의 장비나 용품이 있었다면 당연히 사용하지 않았을까... 꼭 필요한 등산 용품은 사치가 아닙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한 필요조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배낭을 조금 더 가볍게 하기 위해서 또는 가끔이 아닌 산에 자주 가게 된다면 내 몸을 더 편하게 하고 보호할 수 있고 더 멀리 가기 위해서 가볍고 기능이 편하고 좋은 비싼 등산 용품을 구입하는 건 개인의 취향일 뿐입니다. 오히려 그 돈이 아까워서 함께한 산우에게 신세를 지는 것이 더 부끄러울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들이 필요하다고 말해서 구입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산행 스타일이나 산행 성격에 맞게 잘 체크해보고 구입하신다면 경제적으로 구입할 수도 있고 구입한 제품의 활용도를 잘 공부해서 적절히 사용한다면 더 큰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하네요. 그리고 메이커에 연연하지 않고 가성비를 따져서 구입하는 분이 제일 멋진 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의 배낭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즐기기 위한 소모성 준비물은 10%

항상 내 배낭에 있어야 할

집에 안전하게 돌아오기 위한 준비물은 90%가 돼야 합니다



본문은 겨울철 원정 산행을 기준으로... 혹은 개인 산행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작성된 글입니다. 등산객이 많고 등로가 좋은 근교나 단거리 산행을 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닐 수도 있으며... 각자의 산행 스타일이나 추구하고자 하는 산행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용품을 다 갖추어야 겨울산을 갈 수 있다는 조건이 되는 건 아닙니다. 한여름에는 반바지에 면티만 입고 올라가도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기온과 날씨 변화가 심한 산(山)에서 조금 더 안전하게...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즐거운 산행이 되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산에서의 사고는 한순간이고 그 상처의 기억은 평생입니다. 겨울... 그리고 다른 계절에서의 산행도 준비를 잘해서 즐겁고 안전한 산행이 되길 바랍니다.



▣ END ▣



태라현

이 여행의 마지막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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