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북진 NO-26 점봉산

백두대간 점봉산의 하늘



산행 구간

   조침령터널~조침령~단목령~점봉산~망대암산~한계령

산행 일자

   2016년 09월 25일 [일요일]

산행 형식

   45인승 버스 / 토요무박

산행 인원

   23명 / 산악회

산행 거리

   약 24km [접속구간 1.6km]

산행 시간

   05시 30분 ~ 18시 30분 [15시간 00분]

구간 기록

   03시 30분 : 조침령 터널 출발 (~1.6km 접속구간)

   04시 00분 : 조침령 도착 (~6.9km)

   07시 00분 : 북암령 도착 (~2.8km)

   07시 50분 : 설피밭 갈림길 도착 (~0.2km)

   08시 00분 : 단목령 도착 (~4.0km)

   09시 50분 : 오색삼거리 도착 [식사...휴식]

   11시 30분 : 오색삼거리 출발 (~1.3km)

   12시 00분 : 너른이골 갈림길 도착 (~0.8km)

   12시 30분 : 점봉산 도착 [휴식]

   13시 30분 : 점봉산 출발 (~1.2km)

   13시 50분 : 망대암산 도착 (~1.6km)

   15시 00분 : 십이담갈림길 도착 (~3.2km)

   18시 10분 : 한계령초소 도착 (~0.9km)

   18시 30분 : 한계령 도착 [산행종료]

기타 사항

   조침령 들머리 : 강원 인제 기린면 진동리 3-22

   단목령 초소 단속 : 최소 오전 8시 30분 이전 통과

   한계령 초소 단속 : 최소 저녁 6시 이후 하산

   한계령(펜스) 하산 후 한계령 휴게소 도보 이동











◈ 산행 사진 ◈


백두대간 산행을 하다 보면 비법정 탐방로에 묶인 마루금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단속이 심한 지역이 설악산 구간에 포함된 '점봉산(點鳳山)'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에 지정된 곳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자연휴식년제 명목으로 입산금지는 2003년에 처음 이루어졌다 하고... 그 이후에 다시 비법정 탐방로에 묶어놨다고 하네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계속 비법정으로 묶어놓을 생각인가 봅니다. 점봉산 남쪽 아래는 '천상이 화원'이라 불리는 '곰배령'이 있습니다. 산림청에 입산 허가를 받아야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이 부근은 그런 명목으로 관리를 하며 등산객 혹은 관광객이 다닐 수 있게 해놨는데... 설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남설악이라 불리는 점봉산의 백두대간 마루금은 제가 봤을 때 생물권 보호보다는 국립공원에서 관리의 한계로 인해 묶어놓은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안전 시설물을 설치하고 보수... 관리하기 힘들다는 거겠죠. 산림청에서는 '백두대간'을 홍보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투자하는데... 국립공원은 관리하기 귀찮다?는 식으로 자기 영역은 무조건 막아놓고 가지를 못하게 하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두 단체의 방향이 이렇게 다를 수 가 있을까요. 제 생각이 모든 등산객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제 행동이 모든 등산객의 모범이 되는 것도 더더욱 아니지만... 백두대간 산행이 멈춰질 상황이 아니라면 무작정 통제하는 것보다는 다른 곳처럼 입산 신청과 함께 허가제로 바꾸는 게 자연보호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네요



점봉산 구간은 한계령 초소의 단속 때문에 대부분 새벽시간에 남진으로 진행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설악권이 조망되는 한계령 부근은 어둠 속에 지나쳐서 보이는 풍경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암릉 구간이라 위험 요소도 많습니다. 백두대간 점봉산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이 지역인데... 단속 때문에 무작정 걷기만 해야 하는 슬픈? 상황이 돼버리죠ㅎ 게다가 점봉산 이후로 만나는 '단목령'에 단속 초소가 또 있어서 최소 아침 9시 이전에는 통과해야 하는데... 참 어려운 일입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죠. 그래서 이번 구간은 진행 방향에 고민이 참 많았는데... 결론은 볼 건 보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북진으로 강행합니다



단목령 단속 초소를 이른 시간에 통과해야 해서 다른 때보다 일찍 서울에서 만나 들머리인 '조침령'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새벽 식사를 할 때가 마땅치 않아 도시락을 준비해 들머리인 '조침령 터널' 관리소 마당에서 먹었네요. 식사 후 산행 준비를 끝내고 '옛 조침령 길'인 임도로 걸어 올라갑니다. 여기서부터 조침령 표시석이 있는 곳 까지는 접속구간입니다 


구 조침령 표시석








오늘 만나는 첫 고개인 '조침령()'은 한자로 적을 때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시대에 따라서 기록된 이름입니다. 첫 번째 '조침령(寢嶺)'은 '무리 지어 다니며 자고 넘는 고개'라는 뜻이고 두 번째 '조침령()'은 '험한 고개가 있으니 자고 넘는 고개'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이 두 가지 기록은 '산경표'와 '대동여지도'에 나와있는 명칭입니다. 그런데 이 문헌에 나온 조침령은 현재 대간 접속 구간에 있는 곳이 아니고 남쪽으로 더 내려가야 나오는 곳이라네요 (다음 구룡령~조침령 구간 산행 때 기재합니다) 현재 '조침령(鳥寢嶺)'은 '새도 힘들어서 하루 자고 넘는 고개' 한자로 되어 있습니다. 이 '임도(林途)'는 1980년대에 군인을 동원해서 개통한 고개입니다. 이 고개의 원래 이름은 '반편고개' '반부득고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래 조침령(曺寢嶺.阻沈嶺)도 아닌 이 고개의 길을 개통하면서 '조침령(鳥寢嶺)'으로 바꾸게 된 경위는 모르겠네요. 보통 큰 산맥의 고개를 한자로 표기할 때는 '고개 령(嶺)'으로 표기하고 그다음에 '고개 현(峴)'이나 '고개 치(峙)'를 주로 사용합니다. 이 기준은 애매모호 하지만... 보통 현지 주민들에게 한글 이름으로 불리던 고개 이름들이 문헌이나 자료를 남기기 위해 한자 표기 방식으로 바뀌면서 붙여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제 생각이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ㅎ) 즉 꼭 산맥의 높은 고개만이 '령(嶺)'으로 표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 산세가 험하고 높지만 '현(峴)'이나 '치(峙)' '재(한글)'로 붙여진 지역도 많습니다(예:성삼재.댓재.만항재.화방재...등) 암튼 훗날 지명이 한문으로 바뀌면서 그 고개의 험준함이나 주민들의 이용도를 봐서 '령(嶺)'으로 표기한 것 같습니다. 그에 의하면 조침령도 강원도 사람들이 한양으로 가기 위해 자주 드난 들던 고개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이 임도는 약 20년이 지난 후 '조침령 터널'이 개통하면서 '옛 조침령 길'로 바뀌게 됩니다. 지금은 백두대간이 아니면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는 길이 돼버렸죠      


신 조침령 표시석







새로 세워진 조침령 표시석 뒤로 데크 길이 되어있습니다. 이 곳부터 백두대간 마루금이 시작됩니다. 잠시 후 작은 전망데크가 나오지만 새벽 산행이라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네요ㅎ 이후로도 조망이 없는 숲을 한참 걸어갑니다. 어차피 주위 조망이 없으니 다행인지도 모르겠네요ㅎ 그리고는 첫 이정표에 도착... 참 오래되어 보이는 이정표네요. 백두대간이 아니면 올 일이 없는 곳이니 투자할 이유도 없을 듯합니다. 이정표에는 누군가가 '900봉'이라고 표시를 해 놨네요. 밑에는 '옥산삼성건재'라는 글씨도 쓰여있는데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900봉 이정표







또다시 조망이 없는 숲길...ㅎ 잠시 우측으로 동해바다가 조망되는 암릉이 나오지만... 날씨도 흐려서 붉게 물들다만 여명만 조금 보입니다ㅎ


두번째 이정표








좌측으로는 양양 '진동호' '양수발전소'가 있다는 안내 표지판이 있지만... 여전히 보이는 것은 없고ㅎ 그런데 왜 인제가 아닌 양양에 속하는지 모르겠고ㅎ


1136봉 삼각점







이제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더니 두 번째 고개인 '북암령(北庵嶺)'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이정표에 있는 장소와 트랭글 GPS가 울리던 장소가 다릅니다. 이정표와 지도에는 이 곳이 북암령이라 되어 있는데... 트랭글은 조금 더 가면 나오는 봉우리에서 울립니다. 트랭글 입력이야 이용하는 사람들이 지정하다 보면 그게 고정이 돼서 울리는 것이라 크게 믿음은 안 가지만... 다녀와서 알아보니 실제 북암령의 위치는 정확하지 않다는 게 맞는 것 같네요. 산림청에서 세운 지금 이정표가 있는 북암령은 옛 문헌에 '소동라령(所冬羅嶺)'으로 불리던 장소입니다. 즉 예전에 양양 사람들이 인제로 넘어가기 위해 지났다는 그 고개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 길이 험하고 위험하다 보니 조선시대에 그 길을 폐쇄하고 관리하지 않아 조금 더 가서 나오는 북암령으로 새로운 길이 뚫려 다니지 않았나 합니다. 실제로 그쪽에 희미한 길이 있다고 하니... 암튼 뭐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중요한 한 가지는 다음이나 네이버 백과사전에 한계령의 또 다른 이름을 '소동라령'이라고 표기해놨는데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이 최근에 알려졌네요. 소동라령은 북암령의 옛 이름이라고 합니다  


북암령 이정표







북암령을 지나 오르막이 지나고 어느 봉우리에서 북암령 트랭글 뱃지가 울립니다ㅎ 이후로 다시 내리막... 종일 숲만 보여서 지루하기도 하지만... 크게 보이는 풍경도 없어서 위안으로 삼고 갑니다ㅎ 이후로 '곰배령 설피마을'로 하산하는 삼거리 등로가 나오고 계곡 상류가 나옵니다. 백두대간 능선에서 만나지 않아야 할 계곡인데ㅎㅎ 상류가 가깝다 보니 이런 풍경도 보이나 봅니다. 단목령이 지척이라 훗날을 대비해서 잠시 들려보려고 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진행합니다ㅎ 


설피마을 3거리 이정표







다행히도 생각보다 일찍 단목령에 도착합니다. 오늘 출근을 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지금은 단속반이 없네요ㅎ 요즘 송이버섯을 캐는 시기라서 그쪽으로 단속반이 몰렸다는 얘기도 있고ㅎ 암튼 임산물을 불법 채취하는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피래미들?이니ㅎㅎ 사진에 보이는 초소 뒤쪽 출입금지는 '오색초등학교'로 내려가는 등로인가 봅니다. '단목령(檀木嶺)'의 지명은 이 근처에 박달나무가 많아서 지어졌다고 하네요. 옛 지도에는 순 한글인 '박달령' 혹은 '박달재'라는 지명이 있었다고 하는데... 단목령은 일제 강점기 이후에 일본식 한자 표기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산행 중에 박달나무가 어떤 건지 찾아보았으나... 그쪽으로는 문외한이라ㅎㅎ 함께 간 산우가 알려준 나무가 있어 집에 와서 사진을 찾아봤더니 아닌 것 같습니다...ㅋ 암튼 박달나무는 자작나무과에 속한 우리 민족의 상징성이 있는 나무라고 하네요. 다음에는 유심히 봐야겠습니다


단목령 초소







좌측 방향은 곰배령 탐방안내소 입구인 강선리 마을로 하산하는 등로 입니다. 저곳으로 가다가 우측으로 다시 대간 마루금으로 접속하는 구간이 있다고 하는데... 안 가봐서 등로가 어떤지는 모르겠네요. 만약 여기서 단속반에 제지를 당하면 저곳으로 가다가 다시 대간 마루금으로 진입한다고 합니다. 점봉산은 출입금지 목책을 넘어갑니다. 이제 비법정 탐방로로 들어서게 되는 거죠


점봉산 진입로








잠시 오르막이 이어지다가 평지가 나와서 잠시 쉽니다. 이제부터는 하산 시간을 조율해야 해서 여유 있게 산행을 합니다. 쉬다가 다시 산행을 하고... 비교적 완만한 등로를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이정표가 세워진 곳이 있습니다. 남쪽 북쪽 모두 희미한 등로가 있는 것 같은데... 아마도 예전에 다니던 길이 아닌가 하네요









단목령 이후로 곱게 물든 단풍나무가 더러 보이네요.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단풍이 그렇게 이쁘진 않습니다










단목령 이후로 천천히 산행을 했는데도 2시간이 안 걸려 오색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좌측은 점봉산... 우측은 '오색 약수터'가 있는 설악산 오색지구로 내려가게 됩니다. 입구에는 단속 초소가 있구요. 등로가 조망도 거의 없고 경사도 있지만 점봉산을 오르는 산행 코스 중에는 가장 무난한 코스라고 보면 되겠네요. 삼거리에 도착해 이른 아침을 먹습니다. 예정은 점봉산 정상에서 식사를 하고 낮잠도 자고 시간 맞춰서 출발하려고 했는데... 아직 날씨가 흐려 정상은 춥기도 할 것 같고... 새벽 식사가 일러서 그런지 배가 고파서ㅎ 암튼 식사를 마치고... 숲 속에서 낮잠도 자고ㅎ  



오색 3거리 이정표







점봉산 하면 야생화로 유명한 곳인데... 오늘은 그 여유가 없습니다. 가야 할 곳이 신경 쓸 곳이 많아서ㅎ


투구꽃







한참 휴식 후 이제 본격적인 오르막 산행ㅎㅎ 1km 거리 동안 500m 이상의 고도를 치고 올라야 하는 최고의 난이도 구간이네요









점봉산 산행기에 자주 나오는 나무죠ㅎ










완만한 경사를 올라가면 또다시 삼거리가 나옵니다. '너른이골'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는데... 제 기억에도 정보에도 없던 곳이네요ㅎ 점봉산이 2003년에 입산이 금지되었으니 이 허름한 이정표는 그전에 산림청에서 세운 이정표겠네요 이제 설악산 국립공원 관할에 있으니 2026년에 개방을 한다면 국립공원 이정표가 세워질지 궁금하네요. 아니면 계속 묶어둘지ㅎ


너른이골 3거리 이정표







너른이골 갈림길 이후 경사가 급해집니다ㅎ 그래도 가끔 보이는 단풍들이 저를 쉬게 만들어 주기도 하네요









그리고 조망이 트인 암릉이 나오면서 오늘 처음으로 설악산 대청봉이 확 트인 풍경으로 다가오네요









북쪽으로는 점봉산 이후 만나게 될 '망대암산'이 보입니다. 그 뒤로 우리가 오늘 걸어야 할 대간 마루금과 저 멀리 '귀때기청봉'과 서북능선이 보이네요









쉬엄쉬엄 올라 점봉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다행히도 하늘이 조금 열려주네요. 2차 계획도 바램대로 되었습니다ㅎ


점봉산 정상 이정표








사방이 트인 점봉산에서 해야 할 일은 주위를 바라보는 것...ㅎ 남쪽으로 보이는 곳은 '작은 점봉산'입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유명한 '곰배령'이 있습니다. 그 봉우리를 넘어 능선을 이어가면 마지막에 보이는 곳은 인제 '가칠봉'입니다. 곰배령을 비탐방 산행 시에 주로 이용하는 등로입니다. 그러니 백두대간이 아닌 곰배령과 점봉산을 산행을 하고자 할 때는 '기린면 진동리'에서 출발해서 앞에 보이는 능선을 따라오게 되는 거죠. 점봉산을 입산 통제하기 전에는 주로 다니던 등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기다란 능선은 '방태산'입니다. 지난여름에 걸었던 능선이죠. 우측에 솟은 '깃대봉'에서 좌측 방향으로 가운데 '주억봉' 그리고 좌측의 '구룡덕봉'까지 한눈에 보이네요









동쪽으로는 오늘 걸어온 마루금이 보입니다. 우측에 보이는 깊은 골이 '조침령' 중앙 오른쪽에 보이는 하얀 부분이 '양수 발전소'입니다










백두대간 '점봉산(點鳳山) 고도 1.424m' 예전에는 '둠붕산'이나 '덤붕산'으로 불리기도 했다네요. 산세의 모습이 둥그러서 붙여진 이름인가 봅니다. 저와는 인연이 참 많은 곳이네요ㅎ 산행 초보시절 백대명산 점봉산에 가려고 혼자 한 겨울에 찾았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여기가 비탐방 구간이라는 것도 모를 정도로 초보시절인데... 무슨 깡으로 한 겨울에 왔는지...ㅎ 처음엔 '주전골'에서 시작했다가 '십이담 계곡'에서 입구를 못 찾아 실패... 두 번째는 안내산악회 따라왔는데 산행대장이 러셀을 심하게 해서 체력 저하와 알바를 해서 실패... 세 번째는 안내산악회에서 만난 어르신들과 왔다가 망대암산 밑에서 단속반에 걸려 스티커 여러 장 받고 강제 하산...ㅋ 게다가 그날은 눈길에서 미끄러져 카메라까지 작살냈던ㅎㅎ 참 잊고 싶은 기억이 많은 곳이네요ㅎ 결국 네 번째 도전만에 몇 년 전 이맘때쯤 산악회 선배따라 왔었네요. 그때의 감격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ㅎ 그런데 아직도 아쉬운 건... 겨울에 와보고 싶은 곳인데... 이제 겁이 많아져서 엄두가 안 나네요. 눈이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ㅎㅎ 아직 남진을 한번 더 해야 하니 언젠가 비박으로 오긴 할 텐데... 철쭉이 피는 내년 봄에나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점봉산 정상에서 설악산을 배경으로 별 사진 한번 꼭 찍어봐야 헤서ㅎㅎ


점봉산 정상석







북쪽으로 보이는 설악산 '서북능선'입니다. 좌측부터 '1408봉' '귀때기청봉' '끝청' '중청' '대청봉'... 그 앞의 능선은 남설악의 만물상인 '등선대'와 '흘림골' '주전골'의 협곡입니다. 그 우측으로는 이번에 45년 만에 개방했다는 '망경대'가 있겠네요. 지난번 흘림골 낙석 사고로 인해 탐방로를 폐쇄하면서 새로 개방해주었다고 합니다. 흘림골 트레킹 코스는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라 많이 찾게 되는 곳인데 탐방로 폐쇄로 관광객이 안 오니 양양 지역 주민들의 요청으로 해줬다고 합니다. 꼭 그것 때문이 아니더라도 좋은 방법 같네요








하늘은 맑아졌는데... 시야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네요. 지난번에 왔을 때는 흐려서 제대로 못 봤는데 이렇게라도 보고 가니 정말 다행입니다








지난 5월 백두대간 설악산 구간 때 대청봉에서 점봉산을 보며 언제 가나 했었는데... 오늘은 이 곳에서 대청봉을 바라보네요ㅎ









점봉산 정상에서 한참을 쉬다가 다시 산행을 이어갑니다. 파란 하늘이 오랫동안 우리를 잡아놨네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곳이니 실컷 즐기고 가야겠죠. 걸리더라도 다 보고 가야 덜 억울하죠ㅎ 이제 지겨운 숲에서 벗어나 봄이면 온갖 야생화와 철쭉이 만개할 능선을 따라 다음 봉우리인 '망대암산'을 향해 내려갑니다








울긋불긋 단풍에 물든 설악의 모습을 보고 싶은데... 올해는 인연이 아닌가 봅니다. 백두대간이 끝날 때까지는 시간이 자유롭지 못하네요








점봉산에서 내려와 망대암산에 서서 내려온 길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보면 참 부드러운 산인데... 가기는 참 힘들죠ㅎ









백두대간 '망대암산(望對岩山/고도1.234m)'은 주전골에서 엽전을 만드는 것을 망봤던 자리라 해서 붙여진 명칭입니다. '주전(鑄錢)골'은 예전에 이 곳에서 불법으로 엽전을 만들었다 해서 지어진 명칭입니다. 감찰관의 단속에 의해서 없어졌다고 하는데... 그 이후에 또 불법 엽전을 만들기 위해 망대암산에 올라 단속반?이 오는지 망을 봤다는 말인데... 아무리 여기서 흘림골 주전골이 다 보인 다지만... 단속반이 오면 어쩔 건데? 휴대폰도 없는데... 소리 지르면 들리나?ㅋ 말이 안 되는 유래 같기도 하네요ㅎ 그 유래보다는 한자 풀이로 봤을 때 이 곳에 서면 '바위를 마주하며 대하는 산'이라는 뜻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설악산 서북능선과 남설악의 만물상이 다 보이니 그 뜻이 어울리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개방한 '망경대(望景臺)'는 '망루(望樓)'가 있던 장소라 해서 붙여진 명칭입니다. 오히려 그곳에서 단속반을 감시했다는 말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이네요ㅎ 그리고 참고로 설악산에는 총 3개의 '망경대(望景臺)'가 있습니다. 외설악에 있는 망경대는 '화채봉'아래 양폭으로 가는 길에 있는데... '공룡능선'과 '천불동 계곡'을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내설악에 있는 망경대는 '오세암'앞에 있으며...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을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남설악에 있는 망경대는 이번에 개방한 곳이죠. '망경대(望景臺)'나 '만경대(萬景臺)'나 한자만 다를 뿐 같은 뜻으로 해석한 글이라 다 맞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름은 멋지게 붙여놓고는 다 비법정 구역으로 막아놨다는 거죠... 갈 사람은 다 간다지만...ㅋ 우스운 상황입니다


망대암산에서 바라본 설악 서북능선







망대암산에서 다시 진행을 하면 너덜바위를 잠시 지납니다... 예비 연습이죠ㅎ 그런데 옆으로 우회길도 있습니다ㅎ









망대암산에서 내려서면 다시 숲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서부터는 산죽이 늘어선 등로입니다









산죽은 평생 한번 꽃이 피고 죽는다는데... 이 산죽들은 올해 꽃을 피고 죽었나 보네요. 한 겨울에도 잎이 남아있는 모습만 봤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 봅니다










다시 지루한 숲이 이어지다가 흘림골 '십이담 계곡'으로 내려서는 비법정 등로가 나옵니다.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고 줄로 막아놨으니 금새 알아보겠죠ㅎ 점봉산을 가려했을 때 세 번 모두 이 곳으로 올라오려고 도전했었는데...ㅋ 결국에 네 번째 도전은 한계령에서 시작했네요. 겨울에는 한계령에서 올라오는 게 위험해서 도전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흘림골 십이담으로 올라오는 게 위험부담도 적고 쉽습니다. 십이담 갈림길을 지나면 곧 유명한 바위가 나옵니다ㅎ 여기서부터 오늘 산행의 마지막 오르막이 시작된다고 보면 되겠네요


UFO바위







UFO 바위를 지나 긴 오르막이 이어지고 나타나는 봉우리는 '1158봉' 이름도 없는 무명봉이지만 높이에 비해 오르막이 좀 있습니다. 1158봉 정상에서 잠시 쉬다가 이제 본격적인 암릉지대로 산행을 이어갑니다. 곧이어 나타나는 바위는 일명 '돼지머리' 바위입니다ㅎ 하늘을 보고 있는 바위가 고사 지낼 때 사용하는 돼지머리와 닮았다고 해서 그런가 봅니다ㅎ 이 바위가 보이면 본격적으로 암릉 구간이 이어집니다. 그렇다고 바위를 다 넘어가지는 않습니다ㅎ









여기서부터는 희귀한 모습들의 바위들이 조망되는데... 제대로 감상할 상황이 안돼서 사진에 담아오진 못했네요ㅎ









여기 암릉 코스는 크게 위험한 구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가보니 우회길도 몇 군데 만들어졌네요. 그런데 우회길이 더 위험한 곳도 있습니다ㅎ 밧줄만 제대로 달려있으면 암릉구간이 더 안전해 보이네요. 이번에 보니 한 곳 말고는 다 밧줄이 달려있더군요








크고 작은 암릉을 지나 조망터에 오르니 한계령의 모습과 설악산 서북능선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네요. 이 구간에서는 최고의 조망터가 아닐까 합니다. 암릉에서 잠시 쉬며 주위를 둘러보네요. 아직 시간 여유도 있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ㅎ 









여기서 내려가면 감시초소가 나오고 철조망을 넘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아래 보이는 도로를 따라 '한계령 휴게소'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원래 대간 능선은 아래 표시된 곳이지만... 차단한 곳입니다. 여기서 능선으로 올라서는 건 가능해도 한계령으로 내려서는 건 직벽이라 위험합니다ㅎㅎ 암튼 저 능선은 남설악 '가리봉'과 '주걱봉'을 가는 능선과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차라리 여기서 일몰을 보고 갔으면 하는 생각도 드네요ㅎ 









지나온 암릉구간 뒤로 보이는 점봉산을 마지막으로 바라보고 갑니다









이제 이쁜 옷으로 갈아입을 설악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올해 볼 시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ㅎ









이번 계획에 자일을 준비해온 이유가 이 바위에 올라가고 싶어서였는데... 시간이 늦어 포기합니다ㅎ









마지막 슬랩 구간을 내려갑니다. 이후로 두 곳의 암릉 구간이 있습니다









마지막 슬랩 구간은 아래쪽은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데 위쪽은 없네요. 올라갈 때는 그럭저럭 갈 만하지만... 내려올 때는 조금 조심해야 합니다 









암릉 구간이 끝나고 약 10여분 정도 내려오면 단속초소가 있습니다. 몇 시에 퇴근하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모르겠으나ㅎㅎ 암튼 공무원 퇴근 시간인 오후 6시에 맞춰 내려옵니다. 오늘 단속을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다행히도 칼 퇴근했나 보네요ㅎ 정면 출입금지 표지판에서 내려와 지킴터를 끼고 우측으로 하산해야 합니다. 우리가 내려온 출입금지 표지판에서 보면 정면으로도 등로가 있는데 그곳은 예전에 드나들던 샛길인가 봅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 길로 올라왔겠죠ㅎ


한계령 점봉산입구 초소







초소를 지나 이제 마지막 지점인 철조망을 건너면서 불법 산행은 끝이 납니다ㅎ 예전보다 철조망 들머리가 한계령에서 더 가까워졌네요. 이전에는 '필례약수' 방향으로 더 내려가서 철조망을 넘어갔었는데요ㅎ 이제 도로를 따라 한계령으로 걸어갑니다. 이 길도 만만치는 않지만... 마음이 홀가분해서 피로감을 못 느끼네요ㅎ    


점봉산 들머리







오늘의 마지막 종착지인 '오색령(五色嶺)' 도착... '오색령'의 지명은 주전골 안에 있는 옛 '성국사(城國寺)'터에 다섯 가지 색의 꽃이 피었다 해서 붙여진 명칭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성국사를 '오색석사(五色石寺)'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또 오색약수도 이 절의 승려가 발견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오색리'라는 마을 지명도 그로 인해 생겼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위에 있는 고개라서 '오색령'이라고 불리었겠죠. 몇 년 전까지 '옛 오색령'이라고 표시되어 있던 작은 정상석이 있었지만 '백두대간 오색령'으로 새로 바뀌었습니다. 오색령은 '한계령(寒溪嶺)'이라는 지명과 함께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니 우리에게는 한계령이 더 익숙한 지명입니다. 그러나 옛 문헌에는 '오색령'으로 표기되던 곳이었고... 1960년대에 정부에서 행정지명으로 '한계령'으로 바꿨다고 하네요. 한계령의 지명은 옛 지도에 나와있는 '한계산(안산)'에서 따온 지명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한계령의 위치가 지금의 위치가 아니라는 점이 옛 문헌을 조사한 학자에 의해서 밝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계령은 일제의 잔재로 알려진 지명이고... 옛 문헌에는 '오색령'으로 표기된 곳이 많았고 그 이전에는 '소솔령(所率嶺)'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하네요. 어쨌든 강원도 '인제'와 '양양'의 경계에 있어 예전부터 인제의 '한계령'이냐 양양의 '오색령"이냐 를 두고 서로 싸우는 지역입니다ㅎ 그런데 재밌는 것이 몇 년 전부터 산림청에서 '백두대간 정상석'을 주 요지에 하나씩 세우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을 홍보하기 위함이죠. 그래서 대부분 4~5m가 넘는 높이의 백두대간 정상 표시석을 보면 아래나 윗부분에 백두대간 마크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 세워진 '백두대간 오색령'의 정상 표시석은 양양시에서 세운 것이라 산림청과는 관계가 없나 봅니다. 아마도 산림청에서 '백두대간 한계령'이라는 표시석을 만들어 세울까 봐 미리 선수 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여기 한계령의 도로는 '김재규'가 1970년대 사단장 시절 때 군인을 동원해서 확장하고 포장한 도로입니다. 그 전에는 차가 다닐 수 없는 산 길이었나 봅니다. 암튼 도로 개통 이후로 강원도를 넘나드는 고개인 '미시령 옛길'과 '진부령 길'을 이용했던 사람들이 이 곳으로 많이 오면서 관광지로서의 모습도 갖추게 되었다고 하네요. 곧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가 개통이 되면 설악산 탐방로가 다 막혀버린 미시령 옛길만큼은 아니겠지만 한계령도 이제 등산객이 아니면 자주 드나들지 않는 장소가 되지 않을까 하네요. 그래서 양양시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오색~끝청' 케이블카 설치가 절실한가 봅니다    



백두대간 오색령 표시석



백두대간 점봉산 구간은 여기서 마무리가 됩니다. 이제 설악산권은 마지막 북설악 구간만 남았네요. 비교적 등로가 험한 구간들도 모두 마치게 됩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단속에 걸리지 않았지만 많은 백두대간 팀들이 이 곳에서 단속에 걸려 불쾌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반 비법정 탐방로 불법 산행이 아닌 '백두대간 마루금 걷기'라는 명목으로 산행을 하지만... 어쨌든 법적으로는 '자연공원 보호법'에 위촉되는 행동입니다. 제 자신 혼자 자연을 지키며 산행을 한다고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라고도 생각은 드네요. 제가 하는 행동이 모순이 많고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것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비법정 탐방로에 묶인 백두대간 마루금이 정말 자연보호를 위한 것 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 END ▣   



태라현

이 여행의 마지막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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