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품고 가을을 만났던 길
산행 구간
삼수령~푯대봉~덕항산~지각산~댓재
산행 일자
2017년 02월 19일 [일요일]
산행 형식
40인승 / 토요무박
산행 인원
18명 / 산악회
산행 거리
약 25km
산행 시간
05시 00분 ~ 18시 00분 [13시간 00분]
구간 기록
05시 00분 : 삼수령 출발 (~3.3km)
06시 00분 : 새목이재 도착 (~2.9km)
07시 00분 : 건의령 도착 (~1.2km)
08시 30분 : 푯대봉 도착 (~4.8km)
10시 10분 : 1055봉 도착 (~0.8km)
10시 40분 : 구부시령 도착 {식사]
11시 40분 : 구부시령 출발 (~1.0km)
12시 10분 : 덕항산 도착 (~0.5km)
12시 30분 : 쉼터 도착 (~1.2km)
13시 10분 : 지각산 도착 (~1.4km)
14시 00분 : 장암재 도착 (~3.0km)
15시 30분 : 큰재 도착 (~1.5km)
16시 10분 : 준경묘 갈림길 도착 (~2.7km)
17시 40분 : 황장산 도착 (~0.6km)
18시 00분 : 댓재 도착 [산행종료]
기타 사항
삼수령(피재)/건의령(한의령)
지각산(환선봉)/장암재(자암재)
푯대봉3거리~푯대봉 왕복
실거리와 이정표거리 차이 있음
고도차는 적지만 봉우리가 많음
◈ 산행 사진 ◈
개인적으로 백두대간 남진 첫걸음을 했던 '덕항산' 그 당시에 백두대간을 북진으로 진행하는 안내산악회를 이용했다가 당일날 버스에서 '이번 코스는 산불방지기간이라 단속 때문에 남진으로 갑니다' 그 말 듣고 황당했던...ㅎ 댓재에서 내려주길래 어차피 혼자 가야 할 길... 혼자 '두타산' 구간을 북진으로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날머리인 '백복령'에 대한 대중교통(버스) 정보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남진으로 가게 됩니다. 결국 이 구간을 남진으로 걷게 되고... 백두대간을 걷는 의미를 조금 깨우치게 만들어 주기도 했네요. 산을 다니며 처음으로 멧돼지에게 공격당했던 구간이기도 하구요...ㅋㅋ 그 당시 상황은 참 아찔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멧돼지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진 계기가 되기도 했죠ㅎㅎ 암튼... 저에게는 조금 특별하기도 했고... 백두대간을 남진으로 또 해보자 하는 욕심이 생기게 된 '덕항산'... 이제 그 발걸음을 북진으로 항하기 위해 서울에서 출발합니다
정선 사북에 있는 '엄마에집'이라는 24시간 식당에 들려 새벽 식사를 하고 들머리인 새벽 5시경 '삼수령(피재)'에 도착합니다. 지난 8월에 '화방재'에서 시작해 '함백산' 구간을 걷고 삼수령으로 내려왔으니 6개월 만에 다시 만나네요. 훗날로 미뤄놨던 그 길을 이제 연결해서 간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삼수령(피재) 표시석
백두대간 '삼수령(三水嶺)고도935m'은 태백시에 속한 백두대간 능선의 고개입니다. 물(水)이 세 곳으로 나눠서 흘러내리는 고개라 해서 붙여진 명칭입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릴 때 삼수령의 왼쪽(북서쪽)에 내린 빗방울은 '골지천(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흘러내린 창죽천 물과 만나 정선을 지나는 하천)'으로 모여서 한강으로 흘러 서해로 흘러가고... 오른쪽에서 내린 빗방울은 '오십천(태백과 삼척의 경계에 있는 백병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로 삼척 동해바다로 흘러가는 하천)'으로 모여 동해로 흘러가고... 남쪽에 내린 빗방울은 '황지천(낙동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황지연못에서 흘러내린 물로 태백시내를 지나는 하천)'으로 모여 낙동강을 지나 남해로 흘러내려간다고 합니다. 백두대간 마루금에 내린 비는 보통 두 갈래로 흘러내리기 마련인데 유일하게 삼수령만 세 곳으로 흘러내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물이 갈라지는 곳은 이 고개가 아니고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이 시작되는 '매봉산'으로 조금 더 올라가야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지명인 '피재'는 삼척 지방에서 유래된 지명인데... 삼척 사람들이 전쟁이나 기타 비상 상황시에 난(亂)을 피해 넘어온 고개라 해서 붙여졌다고 하네요. 삼국시대부터 고구려와 신라의 주요 쟁탈지였던 삼척이라 그런지 그런 상황이 많았나 봅니다.
삼수령 조형물(지난 사진)
삼수령 주차장에서 출발해 조형물을 그냥 지나치고 임도를 따라갑니다. 가면서 '임도가 이렇게 길었나' 생각이 들 때쯤에 우측에서 합류하는 등로가 하나 나오고... 이정표가 서 있네요. 이때서야 생각나는 게... 삼수령 표시석 뒤로 올라가 정자가 있는 삼수령 조형물 뒤로 이어진 길이 대간길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저야 뭐 남진으로 걸어왔으니 상관없고... 함께 간 산우들도 그런 거에는 큰 의미를 두는 산우들도 아니라서...ㅎㅎ 암튼 임도나 등로나 큰 차이는 없지만 임도를 선택하면 위 사진의 조형물을 못 보고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임도로 더 걷다 보면 800m 지점이라고 적혀있는 이정표가 나오고 좌측에 숲으로 들어서는 등로가 나옵니다. 이 곳이 옛 지도에는 '노루메기'로 기록되어 있네요. '노루목(장항.獐項)'이나 '노루메기'나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것으로 봐서는 '노루가 지나는 길목'이나 '노루의 목덜미 같이 생겼다'는 뜻인가 봅니다. 이 임도를 따라 가면 마을이 나오고 삼척 도계리로 넘어가는 길이 있습니다
노루메기 갈림길
잠시 오르막이 나오고... 이후로 비교적 완만한 등로가 이어지네요. 어두워서 여전히 보이는 건 없지요...ㅋ 그러다가 만난 '새목이재' 이정표에만 매직으로 써놔서 그런지 지난번에는 못 보고 그냥 지나친 곳인데... 산우가 알려줬네요. 넓은 공터이긴 하지만 근처에 길은 없는 걸로 보이고... 조금 더 진행하면 좌우로 희미한 등로가 보이긴 합니다. 지금은 이용하지 않는 고개인 것 같습니다
새목이재 이정표
다시 걸음은 이어지고... 어느 봉우리에 올라서니 표지판이 하나 나옵니다. 이 글을 보는 순간 살짝 울컥했다는ㅋ 그동안 백두대간을 걸으며 가끔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행동에 내가 뭐 하는 건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꽤 있었는데... 그리 유명하지 않은 이 구간에 산림 훼손 방지와 등산객 안전을 위해 등로를 정비하는데 내가 낸 세금이 사용되었다는 게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ㅋ 이 글을 읽으며 백두대간을 걷고 있는 우리를 응원해주는 누군가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더 힘이 나네요ㅎㅎ '산림청'과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행보가 이렇게 다르니...ㅎㅎ 암튼 저는 밤에 지나서 제대로 못 봤는데... 이 표지판 뒤로 보면 잠시 조망이 트이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바라보면 한반도 지형의 마을 모습이 보인다고 하네요. 저도 본 적은 없습니다
한반도 지형 마을이 보이는 峰
얼마 전에 산우들과 백두대간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산림청에서는 무분별한 개발(도로)과 산행(등산)으로 훼손된 백두대간 마루금을 복원하고 정비하며 따로 백두대간 등로를 만들어주고 있는데...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는 관할 지역의 백두대간 마루금을 무조건 막아놓고 불법 산행으로 간주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국가기관인데 왜 따로 노는지... 국공의 파워가 더 쎈건지...ㅎㅎ 그런 얘기를 하길래 잠시 이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네요. 현재 '산림청'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청기관입니다. '외청'은 본부(산림청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업무적으로는 분리된 기관이지만 큰 틀(법과 제도등)은 관리를 받고 있는 기관이죠. 그러니 외부와 연결해야 하는 큰 기획들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결제를 받아야 하나 봅니다. 그리고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환경부' 소속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입니다. 직속이 아니라는 말... 암튼 블로그에서 자세한 얘기를 하기는 뭐하지만... 암튼 그 소속이 다르다 보니 서로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 많고... 가장 큰 문제는 국립공원의 예산이겠죠. 수입원이 거의 없다 보니 환경부에서 집행하는 예산으로 충당한다고 하는데... 국립공원內 비법정 구역의 등로 안전설치와 정비가 쉽지는 않아 보이네요. 그러니 무조건 막아두는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거면 차라리 국가 정부 직속기관으로 편입하고 사찰이 받고 있는 문화재 관람 입장료를 국립공원 입장료로 돌려서 수익을 내고 그 돈으로 등산로 정비나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산에 가면서 구경도 하지 않는 사찰 입장료 아깝다는 생각은 안들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차라리 자본금이 있고 수익을 발생할 수 있는 민간기업(공기업)으로 넘겨 관리하자는 이야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국립공원 지역의 대부분 소유가 사찰이라서 외부에 위탁을 할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고... 그때는 개인 사유지가 돼버리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산림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스스로 입산을 금지해버릴 수도 있고... 그러면 등산조차 못해버리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암튼... 4대강에 퍼붓었던 세금 1/10만 국립공원에 사용했으면 좋았을 텐데...ㅎ
다시 어둠 속을 걷다 보면 곧 넓은 공터와 정비된 등로가 나옵니다. 여기가 건의령 혹은 한의령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건의령(한의령)
백두대간 '건의령(巾衣嶺)고도840m'은 고려시대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삼척에 유배를 가 있다가 조선 '이성계'에게 암살을 당하자 그 아래 있던 신하들이 세상을 등지고 산속에 들어가고자 태백으로 넘어가던 중 이 고개에서 두건과 관복을 벗어두고 태백으로 숨어들었다 해서 붙여진 명칭입니다. 그 신하들이 숨어든 곳이 함백산 아래 '두문동'이며 '금대봉'아래 '두문동재'의 어원이 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와 유사한 행적이었던 태조 이성계와 마지막 고려 충신들의 이야기인 '두문불출(杜門不出)'이라는 사자성어가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인데... 개경(북한의 개성)의 '두문동'이 원조??이지만 지역명이 같아서 강원도 지역에서는 '두문불출'의 사자성어가 이 곳에서 유래되었다고 얘기하고는... 있습니다ㅎ 또 다른 지명으로 사용되고 있는 '한의령(寒衣嶺)'은 '건의령(褰衣嶺)'을 잘못 읽어서 부르던 지명이 아닐까 하는 얘기가 있네요. 1975년에 발행한 국립지리원 지형도에는 '건의령(褰衣嶺)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건(褰)' '(바지褰...걷어올릴褰)'의 한자가 잘 사용하지 않는 글씨라 이 글씨를 '한(寒)'으로 잘못 읽어서 붙여진 명칭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산경표'와 '산림청' 홈페이지는 '건의령(建儀嶺)'이라 적혀 있고... '대동여지도'에는 '건의령(巾衣嶺)'이라 적혀있어서 헷갈리지만... 뜻은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라 그냥 넘어갑니다. 암튼 '한의령' 표시는 잘못되었다는 걸 인식했는지 지금 새롭게 설치한 이정표에는 다시 건의령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건의령 공터 옆으로 보면 임도가 있는데 예전에 태백과 삼척을 연결해주던 길이었으나 지금은 이 아래 '건의령터널'이 완공돼서 지금은 마을 주민들만 이용하는 길이 되었습니다. 즉... 양쪽으로 중탈이 가능하다는 뭐 그런 얘기ㅎㅎ
이 구간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이정표...ㅋ 국립공원도 아닌데 이렇게 이정표가 많은 구간은 처음 접해보는 것 같네요. 그런데 문제는 예전 이정표와 새롭게 세운 이정표가 들쑥날쑥 있고 거리도 정확하지가 않아서 조금 헷갈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워낙 고개나 산(봉)이 많다 보니 그 기준도 명확하지가 않아서... 암튼 직접 가서 봐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것 같네요
건의령 이정표
건의령을 지나면 전나무 숲이 울창한 오르막이 잠시 나옵니다. 오늘 일출은 여기서 맞이하게 되네요
새롭게 세워진 이정표 스타일ㅎ
워낙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바닥에는 쌓여있을지 알았는데... 이건 뭐...ㅎ
건의령을 지나 오르막과 완만한 길을 올라서면 '푯대봉 3거리'를 만납니다. 여기서 푯대봉으로 직진해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우측으로 내려갑니다. 아래 사진 중 위에 사진은 푯대봉으로 향하는 길에 찍은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푯대봉에 들렸다가 나와서 찍은 사진입니다. 아래 사진의 우측에서 올라왔고 이제 좌측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푯대봉 3거리 이정표
이번 구간의 첫 봉우리인 푯대봉 정상에는 외롭지 말라고 거대한 송신탑이 세워져 있네요ㅎㅎ CCTV가 있는 걸 보니 산불감시용인가?
푯대봉 정상석
푯대봉이란 지명은 몇 군데 더 있는 걸로 아는데... 대부분 일제 강점기 때 토지를 측량하기 위해 산 봉우리에 삼각 기점을 잡은 푯대를 세웠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라고 합니다. 태백이나 삼척이 일제 강점기 때 유난히 많은 약탈과 수탈을 당했던 지역이라 그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고 하네요.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영동선' 기차가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졌는데 그 라인에 있는 지역들이 '금강송'이 분포되어 있는 '춘양(춘양목)'과 '태백' '삼척' 지역을 지나갑니다. 태백의 석탄이나 강원도 지역에 자라던 '금강송'등을 수탈하기 위한 이동 수단이었습니다.
푯대봉에서 다시 내리막... 작은 공터가 나오고 이제 사면으로 이어진 길을 걷습니다
한동안 완만한 경사의 길이 나오는데... 숲이 우거질 시기에는 길이 이쁠 것 같네요
현 위치는... 이름 모를 봉우리...ㅎ 이번 구간에서 자주 보게 되는 지도입니다. 그런데 지도 안내는 삼수령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건의령부터 댓재까지만 거리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겉표지를 봐서는 설치한 지 꽤 오래되어 보이는데... 설치 주관이 삼척시라서 그런지 삼척 관할지역의 구간만 표시하지 않았나 합니다. 우리가 출발한 삼수령은 태백시 관할이고... 삼척시 관할은 건의령부터 인가 봅니다. 오늘 걷게 될 마루금에서 잠시 후 만날 '큰재'까지의 능선 중에 서쪽은 태백... 동쪽은 삼척입니다. 지금 이 길은 두 도시의 경계가 되는 마루금이겠죠
이름 모를 봉우리에서 어디론가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고...ㅎ
그 오름 뒤 어느 봉우리에는 새로운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깨끗해 보이고 좋네요ㅎ
다시 내리막... 그리고 넓은 개간지가 나오고 좌측으로는 최근에 일궈놓은 듯한 밭이 나옵니다. 여기도 채소밭인가? 암튼 여기서 봤을 때 이곳이 '하사미동(下士美洞)'인 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보니 여기는 '상사미동(上士美洞)'이네요. 덕항산 산행 시 이용하는 '예수원' 코스가 있는 곳이 '하사미동'인데 방위상 그 아래 있어서 하사미동인 줄 알았네요
상사미동 고랭지 채소밭
상사미동(上士美洞) 하사미동(下士美洞) : 지명이 특이해 검색해보니... 예전 이 지역에서 삼(蔘)을 주로 재배했는데... 수확한 삼을 국가(조선시대)에 상납(공삼제.貢蔘制)을 했다고 합니다. 삼(蔘)이 '사미'라 불렀고... 그 말이 사미(士美)로 부르고 표기했다고 하는 얘기가 있네요. 그리고 상사미에 '고직재'라는 맑은 샘물이 나온다 해서 샘이(우물.泉)라 부르고... 그 말이 한자 표기로 바뀌면서 사미(士美)로 변화된 것으로 되어있네요. 그런데 위도상 현재의 상사미동이 하사미동보다 아래에 위치했는데 지명을 그렇게 부르는 것은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백두대간 '금대봉'아래 '검룡소'에서 흐르는 물이 '창죽천'으로 흘러내려서 북쪽(정선)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물(水)을 중요시하던 옛 시대에 따라 발원지 상류(상사미동)에 있다 해서 붙여진 것이 아닌가 하네요(저의 추측일 뿐... 신빙성은 크지 않습니다ㅎ)
상사미동이 보이는 넓은 지대에는 소나무 군락지가 나오는데... 수피가 다 벗겨져있네요. 재선충 방지를 위해서 수피 제거 작업 한 건가?
잠시 숨을 돌리고... 정면에 보이는 오르막 길을 바라보니... 경사가 꽤 심하네요ㅎ 이번 구간 최고의 경사도가 아닌가 합니다
해는 뜨고... 잠은 오고... 앞에 보이는 길은 힘들어 보이고... 죽을 맛ㅎㅎ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서면... 다시 완만한 등로... 그러나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습니다ㅎ
겨울인 듯 아닌 듯... 보이는 것 없이 걷다 보니 곧 넓은 안부가 나오네요. 어디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진행은 우측으로 가게 됩니다
안부
이번 구간은 동쪽은 급경사 지역이고... 서쪽은 완만한 '경동지괴(傾動地塊).경동지형(傾動地形)'의 특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측으로는 급경사 절벽이 많이 보입니다. 오늘같이 눈이 어설프게 있는 날은 결빙 구간이 많아서 아이젠 없이 걷다가 위험한 상황도 올 수 있을 것 같네요. 예전에는 못 본 것 같은데... 안전 시설물이 새롭게 설치된 곳이 많습니다. 고마운 일이죠
뒤돌아서 찍은 사진
봉우리를 몇 개나 넘었을까요... 어느새 익숙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1.550봉이라고 팻말이 걸려 있네요. 예전이 이 곳에서 한참 쉬었다가 간 기억이 납니다
1055봉 이정표
1055봉에서 내려서 구부시령에 도착하기 전 적당한 곳에서 식사를 합니다. 예정은 덕항산 지나 예수원 4거리 공터에서 먹을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진행이 느려지고 있네요. 혼자 왔을 때는 8시간 정도 걸렸던 곳이었는데 오늘은 저도 천천히 걷고 싶었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서 여유 있게 12시간 잡았습니다. 그 시간 안에 도착할지 모르겠네요ㅎ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니니... 어두워지기 전에만 내려가면 되죠ㅎㅎ 식사를 하고 잠시 내리막... 넓은 고원의 아름다운 숲을 지나 구부시령에 도착합니다. 이 곳에서 좌측으로는 태백시 하사미동 '예수원'으로 내려가는 등로가 있습니다. 덕항산 산행 시 자주 이용하는 등로입니다. 예수원에서 시작해 덕항산과 지각산을 지나 장암재에서 환선굴(대이리군립공원) 방향으로 내려가는 등로가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구부시령
구부시령(九夫侍嶺) : 옛날에 이 고개에 금슬 좋은 부부가 운영하던 주막집이 하나 있었는데 남편이 죽고 말았다. 과부로 지내던 이 여자는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또 살게 되었는데... 그 남자도 얼마 가지 않아 죽고... 그 뒤로 또 다른 남자... 그리고 또 다른 남자... 그렇게 만난 남자가 아홉 명이라나... 그래서 아홉 명의 남자를 모시고 살았다 해서 '九夫侍嶺' 팔자 좋다고 해야 하나ㅎ
백두대간 남진으로 진행할 때는 카메라가 없어서 휴대폰으로 봉우리 인증샷만 찍어왔었는데... 그때 찍은 사진이 별로 없어서 이 사진을 블로그 메인으로 올렸었네요ㅎ 생각해보면 그 당시 홀로 백두대간 산행할 때 날씨가 좋았던 날이 많아 카메라가 있었다면 멋진 풍경들을 담았을 텐데... 혼자 다닐 때라 여유도 많았는데... 아쉬웠던 시간들이네요
구부시령 이정표
구부시령에서 잠시 올라서면 봉우리가 하나 나오는데... 새롭게 만든 이정표에 이 곳이 구부시령으로 되어있네요. 옛 지도와 트랭글에는 '구미사봉'으로 표기가 되어있습니다. 예전 백두대간 지도에는 '1.007봉'으로 되어 있는데... '구미사봉'이라는 표기는 언제부터 사용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이정표를 보고 산림청에서 세운 것이니 원래 구부시령이 이 곳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거리를 계산해보면 산림청에서 외주(이정표 설치 하청을 준 곳)를 주었을 테고... 그 업자가 아래 고개에 세워야 할 이정표를 여기에 잘못 세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구부시령 옛 이정표에는 덕항산까지 거리가 1.1km... 구부시령에서 1.007봉(구미사봉)까지 100m 정도 되는 걸로 봐서는 이 곳이 진짜 구부시령이면 이정표에 1km라고 표시해야 할 테니까요. 그리고 이정표에 있는 경위도 표시도 이 자리와 다른 것 같습니다. 암튼 이 봉우리는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그냥 넘어가기로ㅎㅎ (이 봉우리를 '구미시봉'으로 적은 곳도 많네요)
구미사봉(고도1.007m) 이정표
구미사봉에서 좌측으로 진행하다가... 정면에 '댓재' 이정표가 나오고... 그곳에서 좌측으로 한번 더 꺾어서 내려갑니다. 그러면 '새메기고개('메기'가 목(안부)으로 알고 있는데... 새의 목처럼 생겼다는 말인가?)' 라는 넓은 공터가 나옵니다. 여기서도 좌측으로 '예수원'으로 내려가는 등로가 있습니다. 안 가봐서 어떤 길인지는 모르겠네요
새메기고개
새메기고개에서 10여분 완만한 오름길을 걷다 보면 이번 구간의 대표명산 '덕항산(德項山)고도1.071m'에 도착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네 번째 방문이 되겠네요. 백대명산 때문에 두 번... 백두대간 때문에 두 번... 꼭 한번 봐야 한다는 '환선굴'과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대금굴'도 친구 덕에 봤으니... 이제 또 올 일이 있을까 합니다ㅎㅎ 예전에는 공룡알 같은 작은 정상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네요. 일부러 치운 건지 굴러다니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진 건지ㅎ 새롭게 세운 이정표에 표시만 남아있네요. 그래도 명색이 백두대간 마루금에 있는 백대명산인데 정상석 하나는 세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지역 산악회에서 세울래나요?ㅎ 삼척이 자랑하는 대이리 군립공원이니 곧 새로운 정상석이 자리하겠죠
덕항산 정상
백두대간이자 백대명산인 '덕항산(德項山)고도1.071m'은 예전에 삼척 사람들이 태백 방면으로 이 산을 넘어가면 화전(火田)을 할 수 있는 평편한 땅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입니다. 한글로는 '좋은 더기(고원)가 있는 뫼'라는 뜻이며 이 말이 '덕목이' '덕메기'로 불리었다가 한자 풀이로 하면서 '덕항산'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삼척 일대에는 석회암으로 이뤄진 산들이 많은데 그로 인해 동양에서 가장 크다는 '환선굴'과 고도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용연동굴(태백에 있으나 태백도 예전에는 삼척에 포함된 지역이었음)' 그리고 가장 신기하고 보존 가치가 높다는 '대금굴' 그 외 '관음굴'등 수많은 석회암 동굴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동굴들이 이 일대의 산속에 있을 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대이리 군립공원 입구 주변이 조망되네요
덕항산에서 잠시 머무른 뒤 다시 출발... 5분 정도 지나면 쉼터라 불리는 사거리가 나옵니다. 이 곳에서 좌측(서쪽)은 예수원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조금 전 만난 구부시령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게 되죠. 여기서 우측(동쪽)은 대이리 군립공원(골말)으로 내려가는 등로인데... 등로가 경사도 심하고 길도 험하고 철계단이 부실해서 등로를 차단한 걸로 아는데 이정표에는 가도 되는 듯 적혀있네요. 덕항산을 처음 방문했을 때가 늦여름이었는데 골말에서 장암목을 지나는 등로로 올라오다가 더워 죽을 뻔ㅎㅎ 지형적인 영향 때문에 서쪽 예수원 방향은 완만한 경사이지만 동쪽 골말 방향은 경사가 험해서 거리가 짧아도 꽤나 힘듭니다. 잠시 후 만날 장암재(자암재)에서 환선굴을 지나 골말로 내려가는 등로도 경사가 꽤 있습니다. 이번 다음 구간인 두타산도 두타산성 쪽이 험하듯이 이곳도 그러합니다. 그러다 보니 서쪽은 볼만한 풍광이 별로 없는 숲이고 동쪽은 암릉이 화려해서 볼거리는 많습니다
쉼터(골말)갈림길 이정표
쉼터에서 직진해서 걷다 보니 우측으로 잠시 나뭇가지가 적은 조망터가 나옵니다. 오늘 처음 본 시원한 조망이네요. 풍력기가 보이는 곳이 잠시 후 만날 '귀네미마을'입니다. 여기서부터는 계속 능선을 따라 걷게 되는데 앞에 보이는 능선도 우리가 걸어야 할 능선입니다. 우측은 계속 낭떠러지...ㅎㅎ 쳐다보기가 아찔한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 안전시설로 막아놔서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풍력기 뒤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는 '두타산'입니다. 여기서 보면 산세가 참 부드러워 보이죠ㅎ 저곳도 동쪽에서 바라보면 참 험난한 암릉 구간입니다ㅎ 그러고 보면 두타산이나 덕항산이나 백두대간으로 만나면 마루금으로만 걷기 때문에 조망도 없고 그렇게 화려해 보이진 않습니다. 둘 다 동쪽에서 올라야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산이죠. 태백산맥에서 대관령 주변과 함께 경동지괴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구간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쉼터 이후로 크고 작은 오르내림이 있지만 거의 완만한 길을 걷다 보면 오늘 걷는 구간 중 가장 높은 '지각산(智覺山)고도1.079m'에 도착합니다. 얘기 듣기로는 옛 지명으로는 '지각산'이라 불리었는데 '환선굴'이 발견되고 관광화되기 시작하면서 그 위에 있는 봉우리라서 '환선봉(幻仙峰)'으로 바꿨다는 얘기가 있네요. 그래서 옛 지도에는 대부분 '지각산'으로 되어있습니다. '대이리 군립공원의 최고 상봉인데 백대명산인 '덕항산'에 밀려 인지도가 떨어져서 그런지 덕항산을 더 내세우기 위해 산(山)이 아닌 봉(峰)으로 바꾸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환선봉 정상석 뒤로 조금만 걸어가면 조망이 살짝 트이는 곳이 나옵니다. 절벽 위라서 아래쪽은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그나마 환선굴 방향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터입니다ㅎ
지각산(환선봉) 정상석
환선굴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說)이 있습니다만... 그중에 한 가지가 옛적에 한 스님이 이 곳에 들어가 수도를 쌓았는데 어느 날 굴에 들어갔던 스님이 나오지를 않자 마을 사람들이 '신선(神仙)이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는... 뭐 그런 얘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환선(幻仙)의 한자 풀이로 봐서는 그럴싸한 이야기 같네요. 지각산(智覺山)의 한자 풀이로 봐서도 그 뜻과 유사한 '지혜를 깨우치는 산'으로 보니 거의 같은 뜻으로 풀이가 됩니다.
다시 잠시 내리막이 이어지다가 오늘의 첫 결빙 구간을 만납니다ㅎ 여지껏 버티다가 여기서 아이젠을 착용했네요ㅎ
다시 그늘진 곳을 벗어나면 완만한 등로가 나오고 양쪽으로 낙엽송 군락지가 나오네요. 이번 구간에는 낙엽송이 꽤 많습니다
낙엽송 숲을 지나 헬기장을 만나고 다시 숲으로 들어갑니다
헬기장
헬기장에서 장암재까지는 어떤 길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ㅎ 아마도 봉우리 하나 넘었겠죠ㅎ 최근 지명에는 '자암재'로 표시되어 있는데 옛 지명에는 '장암재'라는 표시도 있습니다. 덕항산 아래 쉼터에서 골말로 내려서는 곳에 '장암목'이라는 지명이 있는 걸로 봐서 원래 지명이 '장암재'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어떤 지명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곳에서 우측(동쪽)으로 내려서면 '환선굴'로 내려서게 됩니다. 거리는 가까운 편이지만 암릉 구간이 더러 있고 등로가 좋은 편은 아니라 눈이 쌓여 있을 때는 껄끄러운 구간입니다. 그런데 조망이 좋고 기암괴석이 많아서 볼거리는 많습니다. 덕항산 오면 한 번은 가봐야 할 코스입니다. 그리고 500m 정도 내려가면 약수터 같은 샘터가 있습니다
장암재(자암재) 이정표
장암재에서 또다시 오르막... 봉우리 많네요ㅎ 그런데 급경사나 긴 오르막은 아니라 걷기는 좋습니다. 올라서면 넓은 평지 같은 모습의 숲이 많아서 시야도 그리 답답하거나 지루하지는 않네요. 이런 억새밭도 가끔 나오고ㅎ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다 해서 겨울에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구간인데... 이런 모습일지는 생각도 못했네요ㅎ 동네산 보다 눈이 더 없습니다ㅎㅎ
또 오르막...ㅎㅎ
그렇게 걷다 보니 '귀네미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이번 구간의 하이라이트 구간이지만... 지금은 한 겨울이라 그저 휑한 모습만ㅎㅎ 이럴 줄 알았으면 여름에 올걸ㅎㅎ
귀네미 마을 풍경
예전에 강호동의 1박 2일 프로그램에서 '배추고도'라 부르며 탐방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유명해진 '귀네미마을'은 고도 1,000m가 넘는 고원에 펼쳐진 고랭지 채소밭입니다. 약 65만 평에 넓은 지대에 자리한 이 지역은 옛적에 화전민(火田民)들이 개간해서 밭을 이루었던 곳이었고... 한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1988년대에 현 위치의 서쪽에 자리한 '광동댐'이 건설되면서 그 자리에 있던 주민들 약 37가구가 이주하면서 형성된 마을입니다. 옛 유언서 '정감록(鄭鑑錄)'에 나온 피난처로도 알려진 이 곳에 자리한 '귀네미골'은 '산세가 소의 귀를 닮았다'해서 '귀네미' 혹은 한자로 '우이곡(牛耳曲)'이라 불리었고 '귀네미'는 '귀넘이'라는 강원도 지역의 방언으로 불려진 명칭이라고 합니다. 국내 회사에서 개발한 풍력발전기가 4년 전에 최초로 설치되었지만... 작년에 풍력기 1기가 강풍에 쓰러져 대형사고가 났던 곳이기도 합니다.
마을은 보이지만 등로는 아직 마을로 내려서지는 않습니다. 능선을 따라 더 숲을 걸어야 합니다
드디어 임도 합류ㅎ 마지막 지점에는 이정표가 서 있고... 그 뒤로 파란 물탱크가 서 있습니다. 남진으로 진행할 때 유심히 봐 둬야 합니다ㅎ
임도 합류 지점 이정표
숲에서 잠시 포장길(임도)로 내려와 걷습니다
오늘은 제가 후미에서 걷다 보니 먼저 간 산우의 뒷모습만 바라보게 되네요
임도를 만난 지점에서 조금 걷다 보면 우측으로 봉우리가 하나 나오는데... 원래 대간 마루금은 저 길입니다. 억새풀 사이로 들어갔다가 봉우리 넘어서 좌측으로 내려서서 다시 임도로 가야 하는 거죠. 그런데 등로가 막혀 있어서 봉우리 사면으로 돌아가게끔 길이 나있네요. 그런데 숲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냥 임도따라 계속 걸어도 됩니다ㅎ
숲에서 나오면 다시 임도 합류... 걷다가 좌측으로 이어진 임도를 따라 다시 걸으면 됩니다. 숲에서 빠져나오면 이정표가 하나 서있으니 남진 시에는 이정표를 보고 들어가면 되겠네요
덕항산을 지날 때는 하늘도 열리고 좋았는데... 막상 좋아야 할 이 지역에서는 하늘이 흐려졌네요ㅎ 오늘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그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다시 숲으로 들어서야 하는데... 주목나무가 자리한 저 사이로 길이 나있네요. 예전에는 못 봤던 길인데... 암튼 새로 식목한 주목 사이로 걸어야 해서 조금 찝찝한 기분이 드네요. 나무가 빼곡히 들어서서 가지 하나 건드리지 않고 지나가기가 힘듭니다. 귀한 나무인데 괜시리 욕먹는 짓 하는 것 같네요. 누가 다른 쪽으로 새로 길을 놔주면 좋을 텐데ㅎ
리본이 달려있으니 가긴 가야겠고... 우회길은 없는지 집에 와서 지도를 찾아보니 임도를 따라 계속 가다 보면 이 봉우리 너머에 나오는 풍력기 좌측으로 합류하는 것 같네요
흠... 그런데 우회길로 가면 이 언덕에서 이 풍경을 못 보는군요...ㅎㅎ
그나마 가장 아름다웠던 길
하나는 바람에 시달리고... 하나는 바람에 살고... 어찌 되었건 서로 외롭지는 않겠다ㅎ
가을 억새가 피면 풍경이 볼만하겠네요
한 겨울 상고대도 볼만하겠고... 그런데 나는 이도 저도 아닐 때 걷고 있고...ㅎㅎ
정비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정면에 바리게이트가 막아서고 포장된 임도가 나옵니다. 그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갑니다
700m 정도 가다 보면 우측에 숲으로 가는 등로가 나오고... 이곳이 '큰재'입니다.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삼척 하장면으로 내려서게 되는데 댓재에서 태백방면으로 지나는 28번 국도변에 있으니 중탈 구간??ㅎ 이 임도는 산림청에서 산림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도로(번천 국유임도)라고 합니다. 일반차량은 못 들어온다네요. 암튼 여기서 백두대간은 우측 능선을 따라 이어집니다
큰재(임도 이탈지점)
다시 올라가야 하는 거죠...ㅎ
큰재 이정표
오르막이 잠시 이어지다가 곧 평탄한 길이 자주 나옵니다. 이 지역에도 낙엽송이 많이 자라고 있는데 풍경이 참 좋았네요
상고대가 펴 있었으면 훨씬 좋았을 길ㅎㅎ
20km를 넘게 걷고... 바람도 심해지고... 끝없이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들... 산우들이 힘들어하기 시작하네요
오름과 내림이 이어지고... 어느 넓은 공터에 들어서니 이정표가 붙어있네요. 위치상으로는 1.059m봉인 것 같습니다. 이 곳에서 동쪽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하나 있는데... '준경묘'로 가는 길이라고 되어있네요. 다녀와서 알아보니 다음에 만날 '황장산'이 원래 여기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실제로 삼척 '황장산'을 검색하면 높이가 약 1.060m로 표시된 지도가 더러 있습니다. 그리고 국립지리원 발행 지도에도 그렇게 되어있구요. 댓재에서 약 3km 거리에 있는 곳이 황장산이라고 되어있는 옛 자료가 있다는데... 암튼 이 곳이나 황장산이나 그 지명의 유래는 같아 보이네요
준경묘 갈림길 이정표
삼척에 자리한 '준경묘'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양무장군'의 묘가 있는 자리라고 합니다. 조금 더 가면 만나는 '황장산'의 유래처럼 '황장목'이 이 일대에 널리 분포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소나무를 찾기 위해 산림청에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품종을 조사했는데 준경묘에 자리한 소나무가 선발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충북 보은 속리산 자락에 있는 천연기념물 '정이품송'과 세계 최초로 소나무 혼례까지 치렀다고 합니다ㅎ 그리고 아름다운 전국 숲 대회에서 '아름다운 천년의 숲'으로 선정되었다고 하네요. 나중에 기회 되면 한번 가봐야겠네요.
갈수록 거세지는 바람에 고개도 못 들고 능선을 따라 걷다 보니 오늘 마지막 봉우리 '황장산(黃腸山)고도976m' 도착... 안도의 한숨ㅎㅎ
황장산 정상
강원도 삼척 소재의 '황장산(黃腸山)고도976m'도 제천 월악산 자락에 있는 문경 '황장산(黃腸山)'과 같은 뜻으로 '황장목(黃腸木)'이 많이 자라서 그런 지명이 붙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소나무 중에 가장 귀하게 여겨지는 품종이 '금강송'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여겨지는 것이 '황장목'이라고 합니다. 궁궐을 짓거나 배를 만들고 조선왕조 왕실의 관(關)을 짤 때 사용했다고 합니다. 습기에 강하고 나이테가 촘촘해서 강도가 좋고 뒤틀리지 않고 곧게 자라며 송진으로 인해 쉽게 썩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고 키웠다고 합니다. 황장목은 말 그대로 '속이 누런 소나무'란 뜻입니다.
황장산에서 내려서면 바로 급경사가 잠시 나옵니다. 결빙 구간이 있어 조심스레 내려오니 오늘의 종착지인 '댓재'에 도착합니다. 산방 기간이라서 혹 단속반이 있을까 걱정이었지만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단속반은 없었네요. 지난여름 두타산 구간 때 새벽에 출발해 제대로 못 봐서 둘러볼까 했는데... 시간도 늦고 후미로 도착해서 둘러볼 시간도 없이 떠납니다. 두타산은 언젠가 다시 한번 와야 하니 그때 제대로 봐야겠네요
댓재 표시석(우측 이정표 방향에서 내려옴)
백두대간 '댓재(고도810m)'의 예전 지명은 '죽치(竹峙)' 혹은 '죽령(竹嶺)'으로 불리었다고 합니다. 이 지역에 대나무가 많이 자랐고 그로 인해 '대나무가 자라는 고개'라는 뜻으로 우리말로 '대고개'가 '댓재'로 변화되지 않았나 하네요. 고려시대까지는 '죽령' 혹은 '죽현'로 불리었다가 조선시대 이후에 '죽치'로 불리었던 자료가 있습니다.
백두대간 삼수령(피재)~댓재 구간도 남진과 북진이 모두 마무리가 되었네요. 길었던 산행만큼이나 걷는 동안 생각도 많았던 산행... 예전과는 다른 생각과 눈으로 산행을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스스로 알려고 하기 전에는 누가 뭐라 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요즘 산행을 하면서 자주 느끼고 있는 말입니다. 백두대간을 걸으며 조금씩 산을 즐기는 방법을 찾게 되는 요즘... 한번... 두번... 세번... 걸을수록 즐거움이 많네요. 정차되어 있는 버스를 타고 고한에 들려 식사... 비가 내리는 늦은 시간에 서울로 항합니다
깜짝 선물...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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